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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ㅣ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호승 시인. 워낙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나는 시인으로서보다 아름다운 동화 작가로 기억한다.
운주사 풍경 "푸른툭눈이"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연인"을 읽었기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으면서 평범한 우리들은 생각도 못할 상상의 세계가 나의 감성을 오랫동안 자극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묵묵하게 실천하는 종교인의 경지까지 느껴지는 동화라 생각했다.
"의자".
역시 그러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아이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항상 아이들 곁에 머물면서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려 애를 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을 같이 읽고 때로는 어른들 세계에서 얻을 수 없는 경험과 감동을 얻기도 한다. 아이들은 연필과 말하기도 하고 책상의 슬픔을 알며, 지우개의 고마움도 느낀다. 덕분에 우리도 예전엔 느꼈지만 지금은 잃버린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런 소중한 느낌이 여기 저기 숨어있다.
태어날때부터 눈이 하나 밖에 없는 비목어가 완벽한 물고기가 되기 위해 나머지 한 쪽 눈의 비목어를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린 "비목어"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을 찾아 완벽한 하나가 되는 아름다움을 그렸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뛰어든 풀꽃을 내치지 않고 같이 살면서 꽃을 피우는 난초 이야기, 고이 키운 소나무를 떠나 보내는 빈 들판 이야기,이쁜 소리 낸다고 자랑하는 풍경을 응징하는 바람 이야기, 야산의 조그마한 바위가 한 절의 주춧돌이 되는 이야기 등등 가슴 한 켠이 뿌듯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머리가 둘 달린 "기파조"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둔한 현대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는 듯 해서 더욱 가슴 아프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독이 되는 찔레 열매를 먹는데도 묵인하는 기파조는 현대 문명을 이루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 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 같아서 조금 무섭다.
정호승 시인은 필히 이 세상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항상 감사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동화속에는 우리가 평상시 외면하는 것, 존재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고 크다고 힘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우리내 인생의 원칙인데 그 쉬운 원칙을 잊고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 조용히 알려준다. 단편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단아한 삽화도 참 좋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