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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이번 주는 유난히 힘들었다. 과하게 주어진 업무가 나를 슬프게했다. 그래서 나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을 찾았다.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책은 내용을 미리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작품이든 읽는 이를 위로해준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무지개". 어른이든 아이이든 보는 사람을 모두 기쁘게 해 주는 자연 현상이지.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아른거리지만 잡을 수 없는 무지개는 그야말로 희망의 상징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나에게 어떤 희망을 주기 위해 무지개란 제목으로 나에게 다가왔을까?
무지개는 주인공 미나키미 에이코가 플로어 매니저로 있는 식당 이름이기도 하다. 맡은 일을 꼼꼼하게 잘 해내고 손님들에게 친절한 에이코는 한 번도 자신의 직장 무지개가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라는 사실을 뿌듯하게 생각하며 즐겁게 도쿄 생활을 하고 있다. 작은 시골 해변에서 할머니, 어머니가 경영하던 식당에서 일을 거들며 컸기때문에 식당 일을 어렵게 여기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고, 스스로 선택한 식당이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가게가 학교이고, 가게 사람들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 에이코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태도가 참으로 부러웠다. 도쿄의 청결하고 탁 트여 바람이 잘 통하는 가게안에서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에이코에게 큰 시련이 다가왔으니,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 마저 심장발작으로 갑자기 돌아시자 혼자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긴장의 끈이 끊어진 것 같이 활기를 잃고 가게에서 쓰러진 것이다.
결국 무지개 가게 오너는 다른 일을 주기로 결심하고, 오너의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돌보며 가사를 돕도록 만든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부모님이지만, 결정적으로 우리가 삶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자신도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갑작스럽게 나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바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에이코는 이 세상에 이제 자신을 이끌어 줄, 삶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실 끊어진 연처럼 세상을 헤맬 때 오너는 심신이 안정될 수 있는 직장을 배려해 준 것이다. 오너의 집,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에이코는 오너의 사모님과 오너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과 오너를 향하는 자신의 마음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너가 아끼는 고양이를 사모님이 팔아 넘기는 것을 구해내는 과정에서 오너가 자신을 오래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오너와 하룻밤을 보낸 에이코는 오너집에서 나오고 가게로 돌아가기 전에 오너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타이티로 여행을 떠난다.
소설 속에서는 타이티에서의 에이코와 과거의 에이코가 교차 편집되어 있어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에이코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대체로 그렇듯이 큰 변화 없이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조근 조근 풀어내는 것이 꼭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삽화가 이번에는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을 떠 올릴만한 삽화들이 삽입되되어 있어 읽는 내내 타이티에서 관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작가는 타이티에서의 여행을 소설로 나타내고 싶었던 것 같다. "타이티"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관광지이지만, 이 소설을 다 읽는 순간, 타이티의 맑은 물 속에서 상어와 같이 수영하며 세상의 평화를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오늘도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