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 선생님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임옥상.주철환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93년에 처음으로 교단에 섰으니,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 아이들이 버거워서 늘 사표를 내겠다고 주변사람들에게 고하고 다녔다. 교무실에 있다가 교실로 갈 때 행정실을 바라보면 정말 다들 편안해 보였다.
  '행정실 직원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과 씨름하지 않고, 서류랑 씨름하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빌기도 했다. 교사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징징거렸더니 남자 선배 한 분이 
  "그만둬라!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래!"
라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그만둔다고 했을때 다들 말렸는데, 오직 한 선배만 나의 연약함을 질타했다.
그 이후 그만둔다는 소리는 입밖으로 내지 않고, 어쨌든 아이들을 잘 지도해보려고 무지 노력을 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결혼을 하고 내가 아이를 낳고 교직에 섰을 때 나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명 한 명 이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들의 소중함, 사랑스러움을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교사로서의 생활이 즐거웠다. 신규 교사때 힘들어했던 이유가 "사랑의 부재"였음을 깨달았다. 교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사랑"이 없으면 단 하루도 즐겁게 지낼 수 없는 직업이다.
 

"참 잘했어요"는 사랑없이 살 수 없는 교사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는 책이다.
교사들의 한 마디에 인생의 진로가 바뀐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시인 문정희, 주철환 PD, 화가 임옥상은 자신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챘다고 한다. 아이들을 많이 만난 교사는 척 보기만 해도 그 아이가 가진 재능이 눈에 띄기 마련이다. 진흙에서 진주를 캐듯이 아이들이 가진 재능을 캐어내어 이 사회에 제대로 꽃 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사의 소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인 윤제림님이 회고하는 "할아버지 선생님"이 퍽이나 감동적이었는데, 손자뻘되는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할아버지 선생님께 칠판의 글씨가 틀렸다고 지적을 하자
  "아, 그래. 자네들이 잘 봤구먼.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네.(이 대목에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시며, 가벼운 인사까지 하셨다)"라고 하셨단다. 교사는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때문에 실수라는 것을 하면 절대로 안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 이런 실수를 할 때 고개 숙일 수 있는 사람은 진정으로 내적으로 성숙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내적 성숙에 참으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요즘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만히 보자면 "상처입은 영혼"이 한 둘이 아니다.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한데다가 학원이며 학습지에  쫓겨 여유롭게 세상을 품을 수 없는 슬픈 영혼이 되어 아무것도 아닌 말에도 흥분하고 비난하고 욕하는 아동들이 많다.
그럴수록 교사가 자주 해야 하는 말 "참 잘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교사는 아이들 편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가슴에 믿음이라는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주고, 세상을 미워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싹 틔워주는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읽는 동안 참 행복했다. 주변의 선생님들께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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