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지 3 - 1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3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을 읽으며 죽음의 잔치라고 했었다. 3권에 더 많은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눌 알았더라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텐데라고 후회했다. 최참판댁의 재산을 탐내던 귀녀가 죽고, 귀녀와 공모했던 양반 김평산이 죽었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귀녀의 꼬임에 넘어갔던 칠성이도 죽었다. 귀녀의 죽음을 평산리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 여겼지만, 귀녀를 마음에 담고 있던 강포수만은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귀녀의 악날스러움도 강포수의 무조건적인 애정에 녹아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무상한 계집아. 재, 재물이 머라꼬 그, 그짓을."
강포수의 가없는 사랑을 먼저 받아들였더라면 귀녀는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죽지 않았을텐데, 귀녀의 재산 욕심은 사람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귀녀의 아이를 받아들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는 강포수는 하동땅 어디선가 아이를 기르며 살고 있을까? 느즈막히 찾아온 사랑을 지켜냈던 강포수는 정말 멋진 남자였다.
칠성이의 아내였던 임이네는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이겨내지 못하여 밤중에 자식들을 데리고 마을을 떠났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용이와 인연이 닿아, 용이의 아이를 가지게 된다.
용이의 인생은 어찌 그렇게 답답하게 풀려나가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동네에 돌림병이 돌게 되고, 최참판댁의 큰 나무였던 윤씨 마님, 봉순네, 김서방이 모두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다. 이제 최참판댁에는 서희만 달랑 남았다. 게다가 재산에 눈이 먼 조준구는 기여이 식구들을 서울에서 데려와서 최참판댁의 모든 이권을 찾으려 눈이 벌겋다. 돌림병은 공평했다. 재산이 많다고 해도 봐 주지 않았고, 어리다고, 늙었다고 봐 주는 것 없었으며, 똑똑하다고 봐 주지 않았다. 온 동네를 휩쓸고 지나가 버렸다. 돌림병으로 강청댁을 잃은 용이는 아들을 놔 준 임이네와 살림을 합하지만, 기약없이 떠났던 월선이가 돌아오자 용이의 가슴은 내려앉았다.
법으로 묶여 있던 아내가 떠나고 월선이와 합칠 수 있었을텐데, 용이의 인생은 쉽지만은 않다.
사랑하는 여인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어도 가 볼 수 없는 사나이.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 곁에 갈 수 있겠지 했더니 또 다른 산에 막혀 버린 여인.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만 보아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소박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사랑이 마음을 에린다.
적막강산. 최참판댁의 서희와 조준구와의 권력싸움도 손에 땀을 쥔다.
객식구에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조준구와 그의 처 홍씨의 뻔뻔함이 질리도록 싫고, 어리지만 강단지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서희가 대견하다. 어느 곳, 어느 시대든 권력의 단맛에 따라 지조없이 움직이는 인간에게서는 참을 수 없는 썩은 냄새가 난다.
내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라고 알려주는 윤씨 마님의 냉정함이 다시 생각난다.
4권에서 외롭게 싸울 서희가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