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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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작가는 39년생으로 참으로 많은 소설을 쓴 작가이다. 그 중에서 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은 "객주"이다.

그런데 책도 사람과의 인연이 그런 것처럼 마음대로 만나게 되지 않았다. 만나더라도 쉽게 읽히지 않을 때가 있고, 시간을 두고 나중에 읽으면 더욱 이해가 잘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김주영 작가의 책은 "똥친 막대기"였다. 어른들을 위해서 쓴 동화인데, 어찌나 섬세하고 아름답든지 몇 번씩 반복해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소설가 김주영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해야 옳겠다. 내가 어렴풋하게 상상했던 김주영 작가의 문체는 다소 길소 어렵고, 그래서 한 호흡에 읽어내리기가 쉽지 않는 문체였다. 하지만 나의 상상은 엉터리였다.

그의 문장은 짧았으며 쉬웠고, 눈 앞에 모든 일이 그려지는 회화적인 성격을 띈 문체였다. 색상 하나, 인물 행동 하나 하나 잘 묘사되어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이 책을 읽었다.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순서대로 배치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에서,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시간을 뛰어넘으며 장면 장면 서술되었는데, 이야기 이해가 힘들지도 않았고, 다시 한 번 되짚어 읽는 행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물 흐르듯이 그가 안내하는 장면에 도착하여 쓰여진대로 읽어내리면 이야기가 연결이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너무나도 닮지 않은 이복자매의 만남이다.

엄마의 사랑을 먹는 것으로 확인하다 비정상적으로 체중이 늘어버린 수진, 거식증에 걸려 뼈와 가죽이 딱 달라붙은 어진,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바닷가 횟집의 여자 주인과 설거지를 해줄 종업원으로 만났다.

왜 이 두사람이 만나 여기에 있는지 퍽 궁금했지만, 작가의 설계도를 따라 가다보면 그들의 만남은 필연적일뿐 아니라 부모의 한을 풀어주는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아버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그려놓았다.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딸과 같이 쫓겨난 여인과 남편이 노름에 미쳐 바깥으로 돌아 남편을 찾아 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인의 불행한 삶은 자신들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그 불행이 딸들에게 그대로 넘겨졌다.

지긋지긋한 불행의 세습에 마음이 아팠다.

  노름하러 집을 나간 아버지를 뒤쫓아 다니는 엄마 덕분에 빈집을 지켜야만 했던 어진이의 가슴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었고, 아버지께 버림받고 엄마와 홀로 산속에 갇혀사는 수진의 마음도 텅비었다.

집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사람으로 채워져야 온기가 있다고 한다. 집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사람으로 채워져야 따뜻해지는 것이 틀림없다. 수진과 어진의 마음이 빈집처럼 텅텅 비어 세상 어떤 사람도 가슴에 들일 수 없는 불행을 겪여야 했던 것은 그들의 운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지나치게 슬펐던 운명이었다.

  사람들의 가슴이 사람으로 채워져 모두다 가슴에 따뜻한 등불 하나를 켜고 살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따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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