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이 나왔다고 했다.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주문해서 책을 펼쳤다. 
책은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라는 작가의 말로 시작되었다. 작가가 우울했다니 읽는 나도 줄곧 우울하겠구나 하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이지 우울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성장 업적을 크게 치켜세우며 그가 만든 경부고속도로를 위시하여, 포항제철 등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나는 늘 역사의 바퀴를 뒤로 돌려 4,19 혁명이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왜냐면 5.16 혁명으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이란 미명하에 도덕성이 완전히 땅에 묻혔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다소 늦으면 어떠랴, 나라 전체가 좀 못 살면 어떠랴. 조금씩 나눠 먹으며 도덕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되어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는 나라가 되었을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배부른 소리라고 나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12위의 부자나라가 되어 굶지 않고 살 수 있고, 해외여행 갈 수 있고, 내차, 내 집 마련하고 큰 소리치며 행복하게 살게 되니까 이제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지만 "허수아비춤"을 읽고 나니 우리들의 썩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너무 훤하게 보여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업총수와 그의 아들이 꼴랑 20억 증여세를 내고 950억이나 되는 기업을 물려주는 사기를 쳤는데도 그들의 무죄 방면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과연 나라의 주인인가? 나라의 노예인가?

기업이 국가 경제에 크게 공헌하며 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죄를 묵인하는 국민은 과연 나라의 주인인가? 나라의 노예인가?

작품 중의 박재우 입을 통해 나온 말  "일반  대중의 자발적 복종"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몸의 피가 머리로 몽땅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내 자신의 이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그룹 회장의 구속을 안타까워했고, 사면을 반기셨다. 아무리 그의 유죄를 설명해도 "그가 없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린다"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젖어 있었다. 그렇다. 우리들 마음속에 본성인냥 자리차지하고 있는 교활한 이기주의와 약은 기회주의를 하루 빨리 몰아내야한다. 오랫동안 군사독재 정권에서 살아왔으며, 정경유착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도덕성을 제일 우선의 가치로 삼고 그를 발판으로 올바른 국가경제를 세워야 우리들의 후손들은 이 기막힌 부도덕에 가슴아파하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

 

조정래 작가.

그의 작품속엔 항상 우리나라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현재와 역사를 연결하는 작가의 능력도 놀랍지만, 현실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채찍질 해 주는 그의 날카로운 정의가 존경스럽다.

그가 작가의 말에 쓰신 글을 한 번 더 읽어 본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타골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노신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

 

불의에 저항 할 수 있는 지식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조정래 작가의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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