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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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다. 어릴 적에 읽은 명탐정 홈즈 시리즈가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 남아 있는데, 특히 얼룰끈이라는 제목의  추리는 지금까지도 뱀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남길 정도이다. 내게 있어 추리소설은 유난히 잔상이 오래남아 의식중, 혹은 무의식중까지 나를 힘들게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읽지 않으려 노력을 하는데, 일본 소설을 찾아 읽다보니 추리 소설의 작가층이 상당히 두껍고, 팬들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미미여사의 작품이라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추리 소설이면서도 사회적인 현상까지도 건드리고 있어, 읽고 나서 추리소설 특유의 잔상으로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 책도 사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 해서 읽기 시작했다. 제법 두꺼웠지만, 그의 필력을 믿어 금방 읽어내릴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조금 읽어보니, 어럅쇼, 이건 그냥 추리소설이 아니네.

오가와라 반조 경감, 마흔 둘의 지방경찰본부 경감으로 권위에 차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며,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믿지만, 절대로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 사람이다.

덴카이치 다이고로, 낡아빠진 양복에 더부룩한 머리, 연륜이 쌓인 지팡이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아 사건 현장에 모든 사람을 모으고 항상 "범인은..."이라는 어구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 내는 사립탐정이다.

 

오가와라와 덴카이치가 이 책속에 포함된 12개의 작은 추리소설을  이끌고 가는 두 명의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이라 함은 추리 소설 속의 사건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책속에서의 두 사람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일반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가 현실로 나왔다가 독자에게 말을 걸었다가 작가에게 독백을 받아 냈다가 밀었다가 당겼다 하면서 이 소설을 채운다.

밀실선언, 현장을 고립시키는 형식의 배경, 단순한 다잉 메세지, 알리바이 선언, 동요 살인 등 간단한 추리소설의 장치를 설치해놓고 독자들을 쉽게 추리 소설 속에 빠뜨리려고 한다고 현실의 추리 소설 작가들을 욕하기도 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을 별볼일 없는 삼류 추리 작가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유우머가 발동되어 한창을 웃기도 하고, 어이없는 반전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일본은 추리소설이라는 분야가 크게 발달하여 두꺼운 작가층,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일본 추리소설로 인해 일본문화의 수출도 크게 늘고있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보석같은 작가가 이런 재미난 책도 쓸 수 있는 것도 팬층이 두껍기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릴까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공계 전공이면서도 각종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추리소설을 쓰기도 하고 이런 본격추리소설을 위한 밑작업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 생각된다.

 

그의 끊임없는 발전을 조용히 지켜보는 팬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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