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권을 읽고

토지 2 - 1부 2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토지 1부 2권을 끝내고 서평을 써야 하는데 내 손과 눈은 토지 3권을 붙들고 있다. 억지로 책에서 손을 떼고 컴퓨터를 켜서 토지 2권 서평을 쓰고 있다.
1권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듯이 만났던 인물들과 친해질 사이도 없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토지의 무대에서 지워내는 작업을 해야했다. 박경리 선생님은 왜 이렇게 빨리  "죽음의 잔치"를 벌리셨을까?

하동 평사리 주인들의 삶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보듬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좀 더 지켜보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했다.

 

2권에서 어느 누구보다 기억에 남은 인물은 최치수이다.

평사리 최참판댁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어야할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잃어버렸기때문에 비극적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최치수의 어머니 윤씨부인은 절에서 동학 우두머리 김개주에게 겁탈을 당하고 낳은 핏덩어리를 외면할 때 자신의 아들 치수도 같이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운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던 치수는 어머니가 주는 사랑을 잃은 그 순간 세상 사람들에게도 마음을 닫아야 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의 남동생으로 짐작되는 구천이랑 야반도주를 했을 때 그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게 침착하게 대응을 했으나 결국, 강포수를 대동하고 사람 사냥을 떠난다. 자신의 권위를 손상시킨 두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고 그들을 잡으로 떠나지만, 같이 데려간 종 수동이 멧돼지에게 물리는 큰 부상을 입고 다시 평사리로 돌아온다. 그 집에 귀녀란 나쁜 영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채...,

양반에게 받은 무시와 모멸을 잊지 않던 귀녀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최치수의 목숨, 최치수의 재산을 빼앗으려 했지만, 결국 자신의 계획이 자신을 지옥으로 이끄는 계획이 되어 버렸다.

 

족보만 양반인 김평산은 밥 먹듯이 아내 함안댁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함안댁은 잘 참아 냈다.  심성 곧은 그녀가 참아내지 못한 것은 남편의 폭행이 아니라 남편의 몰락이었다. 아들 둘을 남겨 둔 채 스스로 죽어야 했던 그녀의 삶에 눈물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이. 그는 월선이 없이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용이의 아내 강청댁에게 엄청난 모멸을 받는 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용이는 떠난 월선이 때문에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가슴이 텅 빈 것 같고, 먹는 것도 즐겁지 않으며, 어떤 하나에 자신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영혼이 곧 육체를 떠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런 용이를 바라보는 강청댁의 악날스러움도 애처롭다.

 

엄마도 떠나고 아빠도 없는 평사리에서 서희가 어떻게 살아갈지 무척 궁금하고, 사랑을 잃고 속절없이 살아가는 용이가 어떻게 마음을 잡는지도 궁금하다.

얼른 3권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