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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떠나도 일본어는 남는다
조정순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남자는 떠나도 일본어는 남는다"라니 70,80년대 신파도 아니도 무슨 이런 시대 착오적인 제목으로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책 제목만 봤더라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스타 일본어 강사"라는 단어였다.
내가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1992년. 혼자 일본어를 공부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독학대신 학원을 선택했으며, 그 기준은 스타강사가 있느냐였다. 어학에 있어 독학은 돌아가는 길이고, 스타 강사에게 배운다는 것은 지름길로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어학은 시작이 확실하면 80%는 성공이다.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배우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
조정순, 스타를 가르치는 "스타강사"라니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일본어가 무척 궁금하였다.
내가 일본어를 배울때 강사가 우스개 소리로 "일본 사람을 애인으로 만들면 일본어가 엄청나게 는다"고 했다. 조정순, 그녀가 일본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필리핀에 여행가서 만났던 노리라는 일본 남학생과의 만남을 염두에 두고 언어교환 수업을 하던 8살 연상의 일본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일본어에 푹 빠지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가 쓰는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고, 문학, 사상을 교류하면서 일본어의 진수를 알게된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호텔리어로 생활을 한다. 그녀의 굉장히 적극적이면서 즉흥적인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남녀의 관계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장담할 수 없는 것. 그녀의 남편이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면서 결혼 관계는 끝이 난다. 사랑하던 사람의 배신에 마음 아파하며 아무것도 못하던 그녀는 "일본"이란 화두를 잡고 일어선다.
일본 여행, 일본어 공부, 일본어 과외교습, 일본어 패션잡지 읽기를 자신있게 할 수 있다 생각한 그녀는 이민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일본으로 떠나 3개월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000장이 넘는 맛집, 카페, 클럽, 바, 쇼핑 장소등의 사진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싸이에 여행 사이트를 열고 여행 사업을 시작한다. 살아 있는 일본어를 배우고 배운 일본어를 써 볼 수 있는 여행을 주선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꼼빠"도 개최하면서 회원을 조금씩 늘여나간다.
우연히 배우 신민아의 일본어 선생님이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박신양, 이범수 등의 스타를 가르치면서 인지도가 상승하게 되고, 이스트원이라는 제법 큰 사업체의 CEO가 된 것이다. 젊은 나이의 여성이 성공하기까지 이렇게나 힘든 여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일본어 강사로서 성공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그녀의 성공담도 재미나게 읽었지만, 구석 구석 삽입해 놓은 일본 관련, 일본 문화 관련 상식, 지식들이 참 재미났다.
일본어를 20년 가까이 배우고 익혔지만 처음 듣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각종 팁, 상식, 예의 등등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나는 이 책의 작가보다 먼저 일본어를 익혔지만, 지금은 수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일본어 실력을 유지할 뿐이다. 언제 배웠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굳이 일본어가 아니라도 어학을 배워볼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새로운 희망과 각오가 내 가슴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