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말이 필요없는 일본의 유명 추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용의자x의 헌신'은 작년에 영화화 되기도 했고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설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 책과 인연이 닿을거라 생각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하는 반값할인의 유혹에 맘이 흔들렸다. 하루, 이틀이면 내 손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택배 아저씨가 언제 오는지 신경이 쓰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입력이 기대되었다. 요즘 우리나라가 워낙 뒤숭숭하고, 여러가지 우울한 사건들때문에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책에 폭 빠지길 무척 기대했다. 책이 도착하자 마자 펼쳐 들었는데  책을 펴 들고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끄는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읽으면서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책이었다.

누가 범인일까를  생각하며 쫓아 읽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이 아니라 범인은 초반에 밝혀지고 범행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독자에게 다 알려주는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형사의 시선으로 책을 따라간다면 이 책은 책의 주인공이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이시가미의 입장에서 책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히가시노가 여기 저기에 던져 놓은 열쇠를 줍기도 하고, 그 열쇠를 어디다 끼우면 될까 하고 상상도 하게 되며 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전개에 혀를 내 두르며 놀라기도 한다. 긴장하기고 하고, 한 숨을 쉬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다가 그가 마련해 놓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한 바퀴 돌고나면 안타깝기 짝이 없어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적인 수학자가 되어 놀라운 업적을 만들 수 있었던 이시가미가 어려운 가정 형편때문에 모든 것을 접고 사립고등학교의 수학교사로서 살아가면서 꿈도 잃고 박제된 천재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대해 고운 시선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야할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펴지도 못하고, 외골수로 살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운명은 비록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요즘 일본의 히키코모리 같이 자신의 세계에 폭 빠져 살며 다른 사람과는 전혀 소통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이 책 제목을 들었을 때 뭐하러 이런 일본적인 표현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겼을까 하고 잔소리를 했었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일본적인 표현"이 일본의 문화를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이런 류의 안타까운 삶이 더 안 생기길 바라는 번역가의 소망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세상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기막힌 외로움, 안타까운 사랑과 집착이 잘 녹아 있는 진짜 재미있는 추리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