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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설명할 필요가 없이 유명한 일본 소설가 온다 리쿠. 그녀 작품의 장점중에 제일 큰 장점은 흡입력일 것이다.
다소 지루한 연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 지루함을 희석시켜줄 책이 필요했다. 이책 저책 보다가 온다리쿠의 작품 중에 읽지 못한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손에 잡혔다. 온다리쿠 소설에는 학생들이 주인공일때가 많고 그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평범을 벗어난, 멋지고, 공부도 잘 하고, 독특한 캐릭커들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도 좋아해서 쉬는 시간마다 책상 서랍에서 꺼내 읽고, 급기야 수업시간까지도 몰래 본다는 말을 들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본업"을 소홀하게 만들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선배가 있어서 그 선배와의 크고 작은 일이 지겨운 학교 생활을 견디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경험 말이다. 마리코 역시 3학년 선배 가스미를 좋아한다. 가스미와 단짝인 요시노로부터 연극제의 뒷배경을 가스미 집에서 같이 그리자는 제안을 받는다. 여자 3명이 단합회하는 것처럼 그림에 대한 즐거운 대화, 작업을 한다. 가스미의 외사촌인 쓰키히코, 그의 친구인 아키오미가 합류하면서 어린시절 불우했던 사건 하나를 떠 올린다. 가스미의 어머니가 10년 전에 살해 당했고, 그날 아키오미의 누나도 지붕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것을 마리코는 알게된다. 더 놀랄만한 사실은 아키오미 누나의 죽음에 마리코 자신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해결되지 않았던 가스미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다섯명의 학생들은 서로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진실에 접근한다.
4장으로 이루어지는 이 소설은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 시간의 흐름, 화자의 변화, 상황의 변화를 느끼면서 독자들은 단 1초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누가 범인인지를 찾아 가는 추리 소설의 스릴, 긴장도 느낄 수 있고, 갓 피어나는 어린 청춘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 힘듦, 방황, 안타까움 등 성장 소설의 요인도 엿 볼 수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2배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살인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해결하는 어른이 없다.
누구나 어른이 되면서 겪는 고통을 성장통이라고 한다면, 이 다섯명의 소년, 소녀가 겪어야하는 고통은 성장통이라고 부를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다. 이런 고통을 해결해 주려는 어른은 없다. 가까운 가족조차도 그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온다 리쿠가 어른성을 완전히 배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급자족하라는 냉정한 어른들의 충고일까? 유년기때 겪은 트라우마를 해결해주지 않고 방치하는 어들들에게 비수를 꽂아주기 위해서일까?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고, 나를 얼마나 아프게 하고,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도 모르고 어린 영혼들은 '죄'를 덥석 쥐게 된다. 그런 우매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어른들의 무심함을 부디 용서하고 예쁘게 예쁘게 자라나길 빈다. 물결이 굽이치는 강가에서 오늘도 방황하고 있을 어린 영혼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