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산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 -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민경 지음 / 현문미디어 / 2009년 7월

난 성장 소설을 좋아한다. 현재 청년들의 삶을 쫓아가다 보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청소년 시절이 떠 오르고 그때의 관심사, 그 때의 정서가 잠시 내 곁에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올 해 3회를 맞이하는 세계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품인 "나는 할머니와 산다"와 인연이 닿았다.

제 1회 수상작이었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제 2회 직녀의 일기장에 이어 수상하게 된 이 작품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일단 주인공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 조은재는 입양아이다. 게다가 동생 영재도 입양아이다. 아빠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셨고,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마저 동네 물웅덩이에 빠져서 돌아가셨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분위기조차 뒤숭스러워지자 엄마는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굿판을 벌이는데 그 날 밤부터 은재는 할머니를 느끼게 된다.
자고 일어나 보니 할머니의 영혼이 자신의 몸에 들어와 있는 듯 가까운 미래를 예견할 수 있고, 입맛도 할머니의 입맛으로 변한다.  할머니와의 이른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할머니와의 동거가 무섭고 힘들어 은재는 마늘, 십자가를 동원하지만 할머니는 떠나시지 않고 오히려 꿈을 통해 은재로 하여금 할머니 가슴에 남겨져 있던 한을 풀도록 유도한다. 입양아에다 사춘기까지 겹친 은재는 엄마와 끊임없이 충돌하고 가출도 감행하며 할머니의 소원을 풀어준다. 할머니의 혼이 입양손녀 은재에게 머문다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의 학교 생활, 친구 관계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쉽게 몰입 할 수 있다. 일평생을 고고하게 살아오신 할머니에게도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이 있고, 치매에 걸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해결하지 못하였던 숙제를 입양된 손녀가 해결해 주었다는 상징성이 퍽 마음에 든다.
  입양이라는 것은 가족이 없는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없어서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므로 입양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의 변혁이 조금씩 이뤄지고 입양을 숨기지 않고 공개적으로 하여 아이의 가슴에 멍을 들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꼭 핏줄이 연결되어 있어야만 가족이라는 좁아터진 가족관이 아니라, 입양되었어도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 받으면 가족이 되고, 가족이기때문에 신뢰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진보적인 가족관이 이 소설에 깔려있다.
공개 입양되어 친구들에게도 놀림을 받고 지금의 부모의 진정성도 자꾸만 의심이 되는 은재가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밝은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어두운 과거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 어찌 현실의 감사함을 알 수 있으랴. 은재 가슴에 있는 상처도 할머니의 상처와 동시에 치유되었으리라 믿는다. 은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