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참으로 다양하다. 방송인, 국회의원, 장관, 칼럼니스트, 정치가, 민주화 운동가 등등. 이 많은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지식소매상"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붙이고 있다. 다소 뾰죡해 보이는 외모와 무모해 보이는 행동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속을 보여주는 사람이라 팬도 있는 반면 안티팬들도 많은 편이다. 나는 어느 편이냐고?
무조건 그의 말을 믿고 따르는 팬은 아니지만 늘 그를 보면 마음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건 "거꾸로 읽는 세계사" 덕분이다. 

  대입 학력고사가 인생의 전부인줄 알고 죽어라 공부만 했던 고등학교 시절. 읽는 책이라고 해 봐야 시험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문학작품이 전부였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선배들의 권유로 "독서토론"모임에 들게 되었다. 선배들이 권해준 첫번째 책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밤새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최류탄 파편이 박힌 채 물 속에서 끌어 올려졌던 김주열 열사의 사진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진짜 좁은 세계였고, 내가 모르는, 그리고 알아야 할 세계가 진짜 넓다는 것을  알게 했던 책이었다. 내 인생의 지침을 돌려 놨던 그 책의 저자가 유시민이었으니 어찌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번 "청춘의 독서"는 사람들에게 참 좋게 평가 받는 책이기도 하여 얼른 펼쳐 들었다.

  올 한해 누구보다 힘들었을 그는 "읽고 쓰는 작업"을 통해 힘든 상황을 벗어나려 했던 모양이다. 방향을 잃은 인생 여행객이 다시금 낡은 지도를 펼쳐보며 어디로 가야할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청춘을 채워 주었던 책 14권을 다시 읽고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썼다. 일종의 독서 기록이다.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유학가서 5년동안 경제학을 공부한 경제학도이지만, 그는 자신 스스로도 "사회과학도"라고 할 만큼 사회과학 분야 책을 많이 읽은 듯 하다. 그 외에 경제,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대한 해석이 좋았고, 우리시대 금서로 정말 유명했던, 하지만 난 읽어보지 못했던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으며 철학적 개안의 경험을 했다는 고백도 가슴 설레였다. 나는 과연 품위를 지키며 사는 지식인인가?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이 책을 한 번 꼭 읽어 봐야겠다.  
위세와 무력도 꺾을 수 없었야 진정한 대장부라고 말하는  중국의 멋진 보수주의자, 맹자의 사상 소개도 재미났다.

알고 있던 책, 읽었던 책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책도 많았다.
  지구상에 가장 고독했던, 객관적으로 관찰하기만 했던 경제 학자 ,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스스로 노력하여 빈곤을 타파하려 노력하였던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우리나라 지금의 언론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한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등은 진짜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명백함을 위해 타인을 죽인 카타리나 블룸, 자신을 죽인 노무현 대통령.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내가 읽어본 책은 알기 때문에 흥미로웠지만, 처음 듣는 책은 "읽고 싶다"라는 충동이 들도록 자신의 진솔한 느낌, 생각 등을 친절히 소개해 주었다. 

유시민. 그는 지금 많이 헤매고 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철학적, 정치적, 경제적 위치를 잘 못잡아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한다. 그도 책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듯이, 우리도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겠다. 그가 말했다. 위대한 지성이 인류에게 남겨준 유산을 함께 나누는데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에게는 크게 기여하셨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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