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조병국 지음, 삼성출판사

  대한민국은 세계 12위의 부자나라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문제가 있으니 바로 입양문제이다. 핏줄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나 강하다 보니 내 핏줄이 아닌 아이를 입양해서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입양이라는 것은 내 아이가 없을 때 제일 마지막에 선택하는 과정이라 여긴다. 그러다보니 많은 고아들이 입양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가족을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 아픈 과정을 50여년 반복해서 보아오신 분, 조병국 선생님이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왔다.
조병국 선생님은 75세의 나이로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장 자리를 겨우 물러날 수 있었다고 한다. 후임자 지원이 없어 15년동안 어쩔 수 없이 전 의원장의 자격으로 한국을 떠나는 아동들을 만나야만 했다고 한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75년동안 살면 아름다운 인연, 미운 인연, 야속한 인연, 안타까운 인연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텐데 아이들을 외국에 입양시키는 과정을 보아온 조 선생님은 얼마나 아름다운, 미운, 야속한, 안타까운 사람을 많이 만났을까? 조병국 선생님의 기억속으로 발을 담그자 금새 온몸, 온 마음까지 젖어들었다. 입양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한 시절, 가난으로 인해 버려진 수 많은 아이들이 외국의 부모를 찾아 가는 과정이 눈물겹기도 하고, 안타깝기도하고 때론 부끄럽기도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아이들을 행복을 보장할 수 없어 아이를 외국에 입양보내고 평생을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부모님도 계셨고, 화장실 변기에 멀쩡한 갓난쟁이를 갖다 버리는 무심한 모정도 있었다.
부모가 어떤 것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부모가 되어버린 철부지 부모때문에 어린아이들의 생명은 길거리에 버려지기도 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부모를 대신하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 바람직하게 자란 아이들은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가족없이 홀로 외로운 시기를 보내야만 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피부색도 다른 아이들에게 가족을 찾아 주려 애쓰는 벽안의 외국인들이 고맙기도 하고 우리의 할 일을 대신 해 주는 미안함도 더불어 생겼다. 조병국 선생님은 "나는 월급이라도 받고 이 일을 하지만, 아무런 댓가 없이 아이들을 위해 시간, 돈, 정성을 쏟는 수많은 천사들이 있다"고 하시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 그들을 소개받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따뜻함으로 가득차는 것을 느꼈다.

  살기가 많이 어렵다고들 한다. 물가는 오르고 반듯한 직장도 없고,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초조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중에서도 다른 사람의 삶을 걱정하고 도와주려 마음 먹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유지되는 느낌이다.
조병국 선생님은 이런 어려운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끔 중심을 잡아주는 든든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족을 갖게 해 주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조병국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다.
50년동안 부모없는 아이들의 가슴에 갖다 대었던 청진기를 이제 놓으시는 조병국 선생님.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우리 사회의 중심을 오랫토록 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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