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aving, Living, Loving - 중국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 그녀의 열정어린 러브레터
김은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0월
평점 :
중국어를 배운지 2달 가까이 된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니 중국어가 눈에 띈다. 시작은 호기롭게 했으나 만만찮다. 중국어라고 하면 한자가 연상되는데 처음엔 한자는 보이지도 않고 병음이라고 하여 알파벳만 보이고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4가지 성조가 당황스럽다.
노래하듯이 말해야 하는데 강사의 성조를 따라 말하는 것도 참 버거웠다.그렇게 몇 주를 보내고 나니 이제 서서히 중국어가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내가 중국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중국을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이책 "Leaving, Living,Loving"이다. 말 그대로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살아가는 그리고 중국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사실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있는 여자 직장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얘기나 다름없다. 어떻게 해서 올라오게 된 자리인데 하루아침에 다 버리고 떠난단 말인가? 하지만 이 책의 작가 김은정씨는 샤넬 홍보부장이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가족을 위해 버리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중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드디어 Leaving. 이사를 해도 짐 정리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데,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해 내가 가진 짐을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짐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정리를 해야하고 각종 행정업무들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 과정 하나 하나를 이쁜 사진과 함께 올려 놓았다. 떠남의 과정이 한 눈에 쏘~옥 들어온다.
Living.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한 도시 '선전'. 중국에서는 4대 도시에 끼기도 하고, 계획된 도시로서 현재와 전통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한다. 하이난에 관광을 간 적이 있다. 중국의 땅덩어리가 넓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국적이었는데 선전은 하이난과 가까우니 그 날씨 상상이 쉬웠다. 기분 좋게 따뜻한 곳,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과 1시간 거리, 마카오까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멋진 도시에서 삶이 펼쳐진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곳이라고 해도 사람이 낯선 곳. 그곳에서 작가 김은정은 쉽게 사람속으로 파고든다. 특유의 친화력이 발동되었나보다. 무엇보다 부러운 조건이다. 유난히 외국인이 많은 선전에서 외국인은 물론 중국사람과도 격의 없이 지내면서 한국에서 바빠서 생각도 못한 집안 꾸미기에 관심을 가지고 실행에 옮긴다. 패션잡지 에디터였던 그녀의 미적 감각이 날개를 달고 날기 시작한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해 집안에만 갇혀 지내야 하는 섦움도 중국어를 배워나감에 따라 서서히 없어지게 된다. 바깥일 밖에 모르던 한 여인이 엄마로서, 주부로서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중국을 사랑하게 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세상의 중심을 자랑삼는 중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기름진 음식도 좋아하게 되며 중국의 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여자, 김은정이 된 것이다.
이 책을 읽는내내 어느 한 개인의 블러그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숨김없이 중국에서의 삶 2년 4개월을 소개하는 블러그를 알게된 느낌이다. 아기자기한 사진, 개인적인 비망록들을 보면서 이런 것까지 봐서 될까 싶은, 그러나 보니 재밌네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남편의 경제력과 작가의 지적 능력이 중국에서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었겠지만, 이것도 저것도 안 되어 고생하고 있는 우리 교포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얼마나 많겠는가?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애국자가 된다는 교포들의 힘든 상황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고 환상적인 요소만 들어난 듯 하여 읽으면서도 조금은 불편했던 책이었다.
지금도 현지 적응 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그리고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세상의 다른 교포들도 다리 쭉 뻗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