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류시화 옮김 / 현문미디어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때의 일기장을 보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이 하루 하루가 힘든 사춘기 소녀가 보인다.
초등학교때와는 달리 등수로 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며 등수를 올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자꾸만 나의 한계에 부딪히며 어려워했다. 그때 내가 일기장에 자주 쓰던 말이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본다"라는 문구였다.

이 문구를 쓸때마다 흔들리는 나의 마음이 잡히는 듯 했고, 어렵고 힘들어도 조금만 견디면 보랏빛 수평선이 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마도 국어 선생님이셨을 것이다. 나에게 "갈매기의 꿈"이란 책을 소개시켜준 사람이 말이다.

닐 다이아몬드의 "BE"라는 음악이 생각나고 조용하고 잔잔한 바닷가를 한없이 날고 있는 갈매기 한 마리가 문득 떠오른다.

중학교때 읽었던 책이고 너무나 익숙한 책인데 갑자기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갑자기 나의 인생이 너무나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니다. 그 반대이다.

내 삶이 너무나 무료하다. 배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먹기위해 쟁탈을 벌이는 갈매기떼 중에 내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이 책을 고르도록 만들었다. 

 

  조나단. 20여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바다를 유유히 날다가 수직으로 상승으로 하강하며 곡예 비행을 한다.

먹지도 않고 날기만 해서 그는 뼈와 깃털 밖에 남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날아간다.

왜냐하면 그는 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기때문이다. 갈매기로 태어났기때문에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들때문에  좌절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날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지만 결국 또 날고 있다.

  무책임하고 무모하다는 이유로 갈매기 무리에서 추방되는 조나단은 외롭게 홀로 비행을 계속하여 많은 비행 기술을 익히게 된다. 여기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조나단의 모습이다. 한계에 굴하지 않고, 관습과 습관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조나단이 나에게는 우상이였고 멘토였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매력적으로 느낀 것은 자신의 힘으로 이상의 세계에 도달했지만, 다른 갈매기에게 자유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어 돌아오는 조나단이다.

개인적인 깨달음으로 만족하지 않고

 "우리들 각자가 사실은 하나의 위대한 갈매기의 관념이며, 자유의 무한한 관념이다.

정확하게 나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본성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우리를 제한하는 모든 것을 우리는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며 다른 갈매기에게 깨달음을 주는 조나단은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 되어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안주하여 만족하는 삶은 우리 세계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조나단처럼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도전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과 쉽게 타협하고 조금만 힘들면 외면하고 주저앉아버린다.

젊은 시절의 호기심과 끈기를 다시 찾게 해 준 조나단. 너는 영원히 내 가슴에서 날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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