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스님과 김용택 시인이 말하고 정용선이 적다. 메디치 출판

  올 초여름에 시인 마종기님과 가수 루시드 폴의 기획적 만남의 산물이었던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란 책을 읽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진 만남, 그것도 메일을 통한 만남이라 잠시 언짢은 느낌을 가지고 읽었지만, 읽는 내내 감동을 받았던 책이었다.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해주며 다독여주는 모습이 정말 부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번에 또 그런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시인 김용택님과 청정불교 운동을 이끌었던 도법 스님의 만남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여덟 마당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 마당 한 마당 김용택 시인과 도법 스님이 번갈아 가면서 말씀하신다.
김용택 시인의 시는 교과서에도 자주 나오고 시집도 읽고 그의 정년퇴임에 맞춰 도종환 선생님과 지인들이 엮어서 낸 에세이도 읽었기 때문에 친숙했다.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가난한 줄 모르고 살았고, 우연인 듯 다가온 교사의 길이 알고보니 필연의 삶이 었다. 책이라곤 모르고 자연속에 묻혀 살았던 젊은이가 책을 알게 되자 무섭게 파고 들어갔으며 문학과 떨어진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삶이 되었다. 하지만 시인은 그냥 시인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둘러싼 자연에 감사하며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권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아이들을 길러냈던 선생님으로서 삶을 잘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도법 스님은 처음으로 알게 된 분이다.
아무래도 종교인들의 삶은 범인의 삶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되고 그들의 깨달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이라 여기기때문에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스님의 말씀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연기법에 대한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다른 살마, 나아가 다른 모든 존재로 인해 가능하고 그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밥 한 끼 먹는 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러주신다. 불교적 세계관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인드라망 공동체를 만들어 죽어가는 마을을 농촌공동체로 살려 내셨다.

  여기에서 스님과 시인의 관심사의 교집합이 형성된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으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되, 자연과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농촌 공동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단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존재 덕분이고 그 중에서 자연에게 가장 많은 은혜를 받고 살아가므로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두 분의 핵심이었다.
  이 책을 통해 두 분의 삶에 대해 잘 알게 되어 고마웠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두 분이 서로 상호작용이 별로 없으셨다는 점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계시기때문에 많은 화제거리로 밤낮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점이 적었다. 멋진 두 분을 만나게 하였으면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려서 우리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했더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