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박민규 한겨레 출판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야구라는 것이 생겼다. 한국의 대도시를 연고지로 한 6개의 팀이 있었고, 부산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식구들은 롯데의 팬이 되었다. 우리반 친구들중에는 어린이 롯데 자이언츠가 되어 유니폼을 입고 등교하는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유니폼이 주는 단일성이 무척 부러워 나도 어린이 롯데 자이언츠가 되길 희망했으나 여학생은 안 된다는 거절을 들었다. 학급의 반장도 여학생은 안된다고 하던 시대라 나는 포기가 빨랐다. 어린이 롯데 자이언츠가 되지는 못했지만, TV를 통해 야구를 보면서 목이 터져라 롯데를 응원하기 시작하였고, 가을 야구를 앞둔 지금 이 시점에 롯데의 승리 하나 하나가 기분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맹목적인 응원을 하면서도 "롯데라는 그룹"과 나의 연결고리가 없음에 별로 놀나지 않는다. 내가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 없듯이, 연고지를 달리하는 야구팀을 선택할 수 없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야구를 보며 밥을 먹고, 시험공부를 하고, 학교를 졸업한 내가, 야구를 보며 아이들을 키우고, 살아가고 있다.

야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생 축소판"의 경험을 할 때가 많다.

다 졌다고 생각할 때 역전을 해 내는 팀을 보며 절대 좌절하지 말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자는 교훈을 얻고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을 때 상대편의 추격을 받기고 한다. 한 순간도 대충 살 수는 없다. 늘 긴장하며 최선을 다할 때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냥 야구는 할 줄 알지만 프로야구는 어떻게 하는 거냐고 실제로 선수들이 물었다고 한다.

자생적으로 성숙된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야구 붐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계산적으로 들여온 프로야구가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고, 승리를 위해 자신을 철저하게 조절하며 몰아부치는 프로야구는 일방적인 희생이 눈에 보이는 고교야구와는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유달리 야구를 좋아하던 나에게 연고지 팀 롯데팀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꾸 나와 인연이 닿는 팀이 있으니, 강력한 팀의 전력을 가지고 다른 팀이 따라오지 못할 다양한 기록을 가진 팀이 아니면서도 영화를 통해 책을 통해 자꾸만 회자되는  팀이 있는데 바로 "삼미 슈퍼스타"이다.

  몇 년전에 삼미의 투수였던 감사용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슈퍼스타 감사용"이란 영화를 통해 나는 이미 슈퍼스타를 기억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사용이란 개인을 알게 해 준 영화였다면, 이 책은 지금은 이름밖에 남아있지 않은 "삼미 슈퍼스타"를 통해 인생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삼미 슈퍼스타의 좌절이 원죄가 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지 못하고 주류에 소속되지 않으며 겉돌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올바른 좌표를 구하고 매진해 나가는 과정을 참으로 재미나게 그리고 있다.

1할 2푼 5리라는 형편없는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나 승리가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 가지는 여유가 달게 느껴진다. 그렇다. 인생의 승리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인생의 모든 날을 "휴일"이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진짜 승리라는 것을 일깨워 줬다.

  어느 한 순간도 재미없는 순간이 없을정도로 흡입되는데 작가의 유머가득한 문장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해 준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많은 뜻을 갖고 있으며 무거워서 발걸음을 옮길 수 없이 버거웠다가도 금방 솜털처럼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등장인물이며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선물하는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말하는데 20대를 넘어선 어른도 시간에 따라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는 진정한 의미의 "성장소설"이라고 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