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장원에서 파마를 하면서 읽었는데 얼마나 울면서 읽었던지 나중에 다들 나를 쳐다봐서 부끄러울 정도였다. 신경숙 작가의 글은 진짜 편안하게 읽힌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속 뜻이 무얼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바로 가슴에 쿡 하고 박힌다. 시를 닮은 문장은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이어서 신작가의 작품은 항상 베스트셀러가 된다.
특히 "외딴방"은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읽었다고 착각을 일으킬만큼 유명하다. 그녀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고 대한민국에서 리얼리즘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소설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드디어 신경숙의 "외딴방"에 초대되었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 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하고"
라는 읊조림으로 나를 맞이하는 외딴방.
얼마나 외진 곳에 있으면 외딴방이라고 불렀을까? 작고 볼품없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곳이라는 상상을 하며 살며시 문을 열어본다.
외딴방의 주인공, 16살, 영등포여고 산업체특별학급 여고생이자 동남전기주식회사의 여공으로서의 삶을 뒤쫓아 가다보면 이 글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17년후, 현재 작가로서의 삶을 만나기도 한다.
그녀는 아주 조심 조심 한 발 한 발 다가왔다가 벌거벗음이 부끄럽고 힘든지 수시로 현실로 유턴 해 버린다.
덕분에 독자들은 과거에 머물지 않으며 현재와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되어 글쓰는 작가의 심리를 잘 쫓아 갈 수 있다.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부유하지도 않았던 농촌 소녀가 서울에 올라 왔을 때는 하층민이었고, 돈을 벌며 배움을 연장하는 방법이라고는 산업체 특별학급에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설립된 노조를 배신하면서까지 선택했던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원하던 문학이 아니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는데 방황하는 어린 소녀를 나태와 무지에서 건져 준 스승이 계셨다.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형편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주신 최홍이 선생님덕분에 배움을 연장해 나가며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열었던 희재언니의 죽음을 자신의 손으로 확인하도록 계획되어진 인생에서 어린 소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외딴방"에서의 도피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도피 자체를 잊고 살았던 작가에게 기억의 가장자리를 건드려 준 것은 "넌 우리들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더라"는 영등포 여고 동창생의 전화 덕분이었다. 두 번 다시 상처입기 싫어서 우물속에 던져 넣은 쇠스랑처럼 가슴 깊이 숨겨놓은 10대의 기억을 되살려 문학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내어 놓는 작업이 피를 토하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이 글쓰기를 통하여 작가는 자신의 마음에 있던 외딴방에 갇혀 지내던 새를 떠나보낼 수 있었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으며,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게 되었다.
YH 사건, 노조 탄압, 12.12 사태, 5,17 광주학살, 삼청교육대 등등 현대 역사의 굵직한 사건과 , 가난과 성차별로 억압받는 여성, 한 가정을 책임져야하는 이 땅의 가슴 아픈 장남들의 삶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역사소설도, 현장소설도 아니기에 노조는 외면당하고, 학생운동을 하는 셋째 오빠의 활약상도 나타나지 않으며, 광주학살로 힘들어하는 전라도인들도 나오지 않는다. 70,80년을 살아가며 어찌 독재와 군부 쿠데타를 외면하고, 수출 지상주의에 희생된 여공들을 무시할 수 있냐고 따지고 묻는 사람도 "외딴방"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생을 똑바로 보고 당당히 설 수 있는 인생 상처의 치유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갇혀 있던 새를 날려 보내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자, 망설이지 말고 날아가라, 저 숲속으로. 눈앞을 가로막는 능선을 넘어서 가라. 아득한 밤하늘 아래 별을 향해 높고 아름다이 잠들어라.'
이 대목을 읽던 나는, 내 마음의 외딴방에 있는 새도 같이 날려 보내며 그 새의 안녕을 빌어주고 있었다.
'훨 훨 날아가라. 그리고 자신의 크기 만큼 빛나는 별을 찾아 아름답게 잠들어라'
고 말이다. 그리고 신경숙작가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당신의 글쓰기는 영혼의 치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