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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힘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김은경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지인의 소개로, 작가의 힘으로, 다양한 매체에 소개된 서평을 보고, 제목을 보고, 등등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는 이유가 참으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 "망각의 힘"을 왜 선택하게 되었을까?
오로지 책 제목 때문이었다. 우리가 어떤 사실 하나를 알게되어 지식화 하는데도 복잡한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그처럼 어떤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매커니즘과 망각으로 인하여 비워지게 되는 뇌의 상태와 망각과 지식화의 상호관계등에 관해서 알게 될 것이라 지레 짐작을 하고 이 책을 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망각을 유도하는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저자의 약력을 보니, 영문학자이면서 언어학자라고 나와 있었다.
'그렇구나, 이제 교육학에까지 발을 넓히시는 석학이구나'
하고 그런 분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 참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습관처럼 목차를 훑어보는데 망각의 매커니즘, 망각과 지식화의 관계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소 산만하다 싶은 제목들이 수십개가 쏟아졌다.
'엇! 내가 생각했던 교육학 서적은 아니구나;
라면서 책을 덮으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한 장 넘겨 본문으로 진입하자 마자 책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앞에 백발의 노학자가 앉아 계시고 나는 그 분과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분의 이야기는 참 재미나면서도 교훈적이고, 감동적이면서도, 공감이 되고,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47년에 대학을 졸업한 분과 93년도에 대학을 졸업한 나는 46년, 거의 반세기라는 간격을 가지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글에서는 세월의 격차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련된 언어감각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에 감동받고 말았다. 나이드신 어른으로서 가지기 쉬운 "내가 나인데"식의 자만을 경계하였으며, 사물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하며, 선입견에 흔들리지 않으며, 주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노학자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해 주는 애정어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