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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양장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한국 작가의 동화를 안 읽었던 적이 있다.
"프린들 주세요" 라는 앤드루 클레먼츠의 동화를 읽고난 직후였다.
아무런 걱정없이 교육을 받고, 창의성을 키우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한 동화였다. 멋진 반전과 번뜩이는 재치로 가득 찬 이 동화는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겁다.
우리나라 동화를 읽고 이렇게 즐겁고 유쾌했던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지지리 가난한 아이가 주인공이고, 그 어린 주인공 주위에는 왜 그렇게 큰 어려움들이 많이 있는지 한 고비 넘기면 또 고비, 그 고비를 넘기면 더 큰 고비...이런 역경의 과정을 가슴 아파하며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답게 천진난만하고 즐겁고 행복한 경우가 많지 않다. 이제 그만 슬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우리나라 동화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우리 나라 동화도 굉장히 많이 밝아졌다.
아이들 주변 환경과는 상관없이 아이들만의 세계를 그리려는 노력을 작가들께서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 수준도 높아졌고 아이들의 인권도 많이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이제야 몽실 언니를 읽어 볼 자신이 생겼다.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금에서야....
강아지 똥, 점득이네, 하느님의 눈물 등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동화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대표작인 몽실 언니는 진짜 눈물 나는 이야기이다. 여성, 게다가 장애인인 몽실이가 겪어야하는 어려움은 넘어도 넘어도 끝나지 않는 재앙 같았다. 가난으로 남편을 버리고 딴 남자를 만난 엄마, 새 아버지의 구박, 구박으로 인한 장애, 친아버지가 새로 결혼하여 새엄마를 갖게 되지만 단 꿈도 잠깐 새엄마도 배다른 동생 난남이를 남기고 돌아가신다. 6.25 전쟁통에 포로로 끌려가신 아버지가 살아돌아오시지만 많은 상처로 인해 결국 돌아가시고 아무도 없는 부산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어린 시절을 마무리 한다.
작가의 서문에서도 나오듯이 이 소설은 본디 잡지에 연재되던 작품이었는데, 인민군에 대한 묘사 때문에 검열에 걸려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인민군이 몽실이 한테 보낸 편지에서
"몽실아, 남과 북은 절대 적이 아니야, 지금 우리는 모두가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구절이 적절치 못하다고 검열에 걸렸단다.
몽실 언니가 책으로 만들어졌을 때는 1984년이므로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 있을 때였다. 추측컨대 그래서 작가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편집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도 급하게 마무리 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고, 어느 한 쪽으로 지우치지 않으려는 작가적 시각이 보석같은 작품이다.
작품의 인세를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던 권정생 선생님.
다른 사람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셨던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은 작품에 그대로 남아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지는 듯 하다.
좋은 곳에서 늘 편안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