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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나의 아버지 - 햇볕은 쨍쨍 3
황선미 지음, 김병하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황선미 창작동화, 김병하 그림, 두산동아
동화작가 황선미 작가에 대한 신뢰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시작되었다.
동물이 의인화 되는 것은 동화세계에서 흔한 일이고, 우리 생활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닭이 주인공이라 새로울 것 없을 것 같은 동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강하게 남아 있다. 주어진 일상을 탈출하여 자신만의 삶을 찾아 간다는 주제를 담았기때문일까?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고 감동적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그 이후로 황선미 작가가 쓴 책이라면 의심하지 않고 읽는다.
늘 푸른 나의 아버지.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정에는 아버지란 존재가 없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캄캄한 밤이 되어야만 돌아오고 가정교육이란 이름하에 뭔가를 가르쳐주는 일도 엄마가 도맡아 한다.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돈만 벌어오면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가정이 쉽게 붕괴되고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의 원인을 아버지 부재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일까? 잃어버린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 주는 소설들이 참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소설도 "내푸른 자전거"라는 작가의 첫 소설을 다시 손 봐서 내 놓은 작품이다. 첫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하였지만 제목이 자전거에서 아버지로 바뀔 때는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많이 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 본다.
다들 못 본척하는 친척의 보증을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몽땅 날리고 쫓기듯 고향 마을을 떠나온 아버지.
일거리를 찾아 건설현장을 쫓아 다니며 집에는 월급날 딱 하루만 오시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어두운 그늘을 그대로 물려 받은 찬우는 뒷바라지 해 줄 수 없는 반장 자리도 버겁고, 비싼 물감을 준비해야 하는 미술시간도 버겁다. 이유없이 싸움을 걸어오는 해일이도 밉고, 이유없이 다가오는 은아도 감당할 수 없다. 공사현장에서 손가락 2마디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슬픔도 찬우의 슬픔이 되고, 비린내 풍기며 생선을 팔다 쓰러지는 엄마의 아픔도 찬우의 아픔이 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철이 빨리 든다고 하던가?
엄마의 빈자리를 동생 영주가 메우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찬우가 메우면서 생활하긴 해도 찬우는 가슴 한 켠이 늘 차갑다. 특별해서 다른 늑대와 친해질 수 없었던 초록여우처럼 늘 혼자있는 찬우의 영혼을 알아본 은아는 해일이와 찬우 사이의 다리가 되어 두 친구의 오해를 풀어주고, 우정의 씨앗을 뿌려준다.
나는 "늘푸른 나의 아버지"라는 제목보다는 "내 푸른 자전거"라는 제목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준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조립을 위해 푸른 불꽃이 얼굴, 옷에 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용접을 하셨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사랑이 푸른 자전거에 그대로 담겨 찬우에게 전달 되는 장면이 이 소설의 압권이기때문이다.
시대적 배경으로 봐서는 70년대, 80년대의 이야기 인 듯 하지만 오늘날 국제적 경제불활시대의 대한민국에도 찬우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가 많다. 갑작스런 회사 부도로 일자리를 잃은 아빠, 지나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남의 집 살림까지 살아야 하는 엄마, 가슴 속에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풀 여유도 없이 이 학원 저학을 맴돌아야 하는 아이들의 가정이 존재한다.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항상 소중히 여기는 작가의 삶의 태도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마음이 맞지 않은 친구도 근본적으로 보면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을거라는 믿음.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리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황작가 작품의 선택의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