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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리포트 1 - 만화
김규식 외 지음, 팽현준 그림 / 바우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원저 박봉권, 김규식, 이덕주 글 김주찬 그림 팽현준
나는 경제 관념이 희박하다. 나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가계부라는 것을 써 본 적도 없고, 수입, 지출을 계획한 적이 없으며 그저 주어지는 대로 일하고, 적당한 댓가를 받으며, 적당히 저금하고 남은 돈은 쓴다. 그런데 주위에서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자꾸 야단을 친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 땅을 사서 재미를 보는 사람, 아파트를 사고 팔면서 재산을 불려 나가는 사람을 잘 사는 사람이라 평가한다. 그때마나 "주식으로 흥한 자 주식으로 망하리라, 땅으로 흥한 자 땅으로 망하리라, 아파트로 흥한 자 아파트로 망하리라" 라는 못 된 마음을 먹으며 그들의 실패를 예견해 보지만, 웬 걸 칠 때 치고, 빠질 때 빠질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냥 재수가 좋아서 큰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정보를 모으고 나름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지식을 익혀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취향이라는 것은 타고 나는 지 도대체 돈을 번다는 것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재테크 분야의 책을 보고, 실천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도 챙겨 보았지만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살자. 큰 돈에 대한 욕심 버리고 작은 돈 모아 차근차근 내 분수에 맞는 집을 마련하여 욕심없이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체념하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개인적 부의 축적과는 상관없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수출은 줄어들고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국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견되었다. 미국발 경제악재라고 하는데, 그게 무언가 싶어 각종 경제서적을 뒤적여보지만 쉽지 않다.
경제, 그것도 국제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러던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만화책이다. 아이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신화, 역사 등은 만화로 접한 뒤 줄글 책을 읽으면 쉽게 이해하지 않는가?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경제라는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건져줄 생명의 줄이 되어 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폈다.매일경제 지식부 기자인 박봉권, 김규식, 이덕주 새 사람이 쓴 "세계경제보고서"라니 정말 나에게 꼭 알맞은 테마인듯 해서 부지런히 읽었다.
우선 책 표지 그림을 보자.
소나기라도 내리는 모양이다. 모두들 갈팡 질팡 하고 있는데 한 남자만 우산을 쓴 채 안전하게 서 있다. 모두들 흑백처리 되어 있는데 혼자 칼라처리 되어 있어 눈에 돋보이는데 그게 "안정감"으로 다가 온다.
책 첫머리에 설명되어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비로 나타낸다면 나를 지켜주는 우산을 다보스 리포트로 선택했단다. 다보스 포럼? 스위스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폐쇄성 강한 포럼이란다.
첫 시작부터 이해가 잘 안된다. 값비싼 회비, 참가비를 내어야만 참석할 수 있다는 소수를 위한 선택된 포럼이 과연 전세계적인 불황을 풀어나갈 실마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여하튼 읽어보자.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탈위기후 세계질서 재편(Shapping the Post-Crisis World)였단다.
작년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실패로 인한 미국경제의 흔들림이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라는 지위도 흔들고 있고, 글로벌 불균형 충격을 초래한다고 한다. 미국은 시장의 힘을 과도하게 믿고 지속적으로 소비만 해 왔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으며 머지않아 달러가치가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전 세계가 경제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경제지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선진국으로만 이루어진 G8의 지배력도 한계에 달했고, 선진, 신흥 20개국 즉 G20과 같은 다자기구가 세계경제를 이끌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고, 전 세계적인 협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대량 금율 살상무기라고 불리는 파생상품의 부실화이다. 파생상품 장외거래를 불법화하고 상품 위험성에 대한 투자자교육을 강화하라고 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또 다른 기회라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깨어있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 소수인들의 폐쇄성 포럼이 전 세계 경제 위기를 두고 한 "쓴소리"들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는 하나 당장 일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소비를 해야 한다고, 그것도 외국차라도 수준에 맞으면 사는 것이 경제적인 행동이라고, 노동자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고통 분담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소리인데..."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나에게 경제적인 거시 안목이 부족한 탓인지 이런 소리도 배부른 사람이 배를 드륵드륵 긁으면서 내는 헛소리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만화책인데도 몇 번씩 곱씹어서 읽어야만 했고, 간단하게 정리된 용어 설명에 형광펜 그어가면서 외웠다.
미국에서 재채기 하면 우리나라는 감기에 걸린다고 하더니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감기가 아니라 몸살이 나서 드러누울 지경이 되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결혼까지 미뤘던 젊은 세대가 있는가 하면 중소기업의 부도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노동자들도 많다.
멕시코 대통령이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경제적 위기에 정치적 대응이 신속해야 한다고 말이다.
개인적 부의 축적에 조차 관심이 없는 비경제인인 나에게는 세계적인 경제의 흐름을 알게 해 주는 재미난 책이었다. 만화책이지만 보고 또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