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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미술관 ㅣ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15
박영대 지음, 김용연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5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미술이다.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은 재주 중에 한 가지가 미술재능이라고 여길만큼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미술이 싫었다.
아무렇게나 그리는 듯 해도 슥슥삭삭 형태가 잘 나타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아무리 애를 쓰고 그려도 맘에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좀 괜찮게 그렸다 해도 채색에서 망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
나의 어린 시절 선생님들은 미술 시간에는 항상 뭔가를 그리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미술이라고 하면 늘 그리는 것만 생각해 왔었다.
어른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참으로 다양한 미술 분야가 있고, 뭔가 만들고 그리지 않고 감상만 해도 미술 시간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 "그림이 말을 거는 생각 미술관"은 미술 감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생각미술관은 일반적인 미술관처럼 그림만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고 있는 체험형 미술관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하늘색 상상창고, 토마토색 놀이방, 희눈색 안경점, 복숭아색 느낌 다락방, 은색 마음극장, 금색 꿈의 광장, 수박색 자연 체험실, 바나나색 새로 연구소 등 8개의 테마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테마관을 야무지게 체험하도록 도와 주는 것은 화가도, 어린이도 아닌 "이젤"이다. 항상 화가들의 그림을 떠받치고 있으며 그림이 완성 될때까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이젤은 정작 완성이 되면 감상할 틈도 없이 자신을 떠나버린다. 야속한 그림들! 이젤은 자신이 떠받치고 있던 그림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젤의 입을 통해 각종 상상을 완성시킨다. 때로는 이젤의 분신 "젤리(이젤의 영어식 이름!!)"를 내세워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아하! 그렇구나!', '그렇게 깊은 뜻이..'를 연발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상상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대부분 한국 현대 미술가의 작품이다.
따라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림들이 많고, 편견, 선입견이 없는 그림들이라 이젤이 부르는 소리에 따라 쉽게 이끌려 갈 수가 있다. 그러다 보면 이젤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소년한국일보에 연재 되었던 그림 이야기를 엮어서 낸 것이라고 한다. 엮어내는 과정에서 살이 덧붙여져서 그런지 그림을 오래 보며 상상할 수 있는 여유보다는 "이젤"의 각종 상상을 들어줘야하는 의무가 많아서 때론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구입하여 완독하기 보다는 생각날때마다, 틈날때마다 1,2개의 그림을 오래 본 뒤에 "이젤"의 상상을 읽는다면 지겹지 않게 그림을 감상하게 될 것이고, 교사, 어른들이 같이 읽으면서 상상의 대화를 해보면 그 또한 멋진 감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