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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년 ㅣ 소년한길 동화 24
페터 헤르틀링 지음, 페터 크노르 그림, 문성원 옮김 / 한길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페트 헤르틀링 지음 | 페터 크노르 그림 |문성원 옮김 | 소년 한길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던 청소년기의 로망은 "가출"이다.
현실 생활이 늘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내가 해결 할 방법도 없고 그렇다고 미래는 지금과는 다를거라고 누군가 정확하게 말해주지도 않는다.
굴레라고 여겨지는 현실의 조건을 벗어나고픈 충동에 가출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청소년이 많다. 그러나 가출이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가출 후 알게 되는 것이 가출의 큰 문제점이다.
길 위의 소년. 이 책은 제목이 말 해주듯이 가출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슬픈 눈을 가진 소년의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지만 동화치고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라 늘 읽기가 꺼려졌는데 오늘은 이 책을 읽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유명작가 페터 헤르틀링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익살맞고 친구 웃기기를 즐기는 11살 테오가 가출을 결심하게 된 것은 부모님 때문이다. 테오를 사랑하긴 하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아빠는 술만 취하면 엄마와 테오를 때리고 무시한다. 학교에서는 코미디언처럼 친구를 웃기는 테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굴표정부터 바꾸어야 하는 것도 다 아빠와 엄마 때문이다.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고 엄마, 아빠의 싸움이 싫었던 테오는 가출을 결심한다.
엄마는 마음 아파하겠지만 아빠는 테오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을거라는 예측을 하면서 말이다.
학교 선생님도 불안한 테오의 마음을 읽는데 테오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식의 변화된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부모는 그 불행을 자식에게 고스란히 물려 주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11살 테오가 집을 떠날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테오가 사라진 빈 자리를 부모가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고 다시 돌아오면 부모님이 잘못을 깨닫길 바랬을 것이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새로운 가족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몇 밤을 지내고 돌아온 테오에게 돌아온 것은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큰 시련이었다. 아빠 없이 엄마와 생활하는데 익숙해 지지도 않고 한 번의 가출로 학교 친구들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일상 생활이 순조롭지 못하다. 가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문제 해결을 해 주는 단계가 생략된 상태에서 오로지 가출 아동만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계속 테오를 괴롭힌다. 결국 테오는 가출 했을 때 자신을 가장 따뜻하게 대해 준 파파 슈누프를 다시 찾아가기 위해 2차 가출을 감행하면서 또 다시 고통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로 인하여 아동의 사회 부적응률이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기때문에 한 편의 현장 르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1살자리 테오가 느꼈을 소외감, 불안감, 무기력함 등이 생생하게 잘 느껴지고 다양한 사건 전개가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
내 아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을 때는 항상 자신의 그림자를 먼저 살펴보는 부모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돌볼 때 자신이 부족하다 싶을 때는 언제든지 "사회"에 손내밀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주장한다.
아동들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낮은 톤으로 똑똑히 말해 주는 듯하다.
페트 헤르틀링은 독일에서도 유명한 청소년 문학가라 한다.
아동들에게는 다소 무겁다 싶은 전쟁, 죽음, 장애등도 현실감있게 잘 그려내고 아동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라고 한다. 오늘 느낀 묵직한 감동을 가슴에 간직한 채 페트 헤르틀링의 펜이 되어 그의 작품을 찾아 다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