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 - 죽음을 앞둔 서른다섯 살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하타노 히로시 지음, 한성례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앞둔 서른다섯 살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신청할까 말까 고민을 한참했다.
실제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이제 6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라서 이 책을 보면서 너무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세상에 부모마음 다같은 마음이라는 노랫말처럼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에게 남기고 싶은 메세지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래서 책을 신청하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첫 장은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다.
시한부 인생 3년을 선고받은 아버지가 2살짜리 아들에게, 아직 말이 트이지않아 대화도 되지 않고 인지력이 크게 발달한 시기가 아니라 부모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리도 만무한, 이 아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바로,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작가인 아버지는 본인이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본인이 알고 있는한 가장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아들의 이름을 "유"라고 지을만큼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간곡히 원했던 아버지의 바램이 제 1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제 2장은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일"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본능적으로 군집을 이루려한다. 그러기에 가정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고, 직장이나 모임등의 단체그룹에 소속되려고 한다. 그러나 죽음앞에선 인간은 결국 혼자일 뿐이다.
여기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고독과 친구에 대해 가르쳐준다.
혼자만의 고독을 아름답게 즐길 줄 아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어떤 인성의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
다른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생긴 마찰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람사이에 생길 수 있는 관계의 문제를 2장에서 말하고 있다.
제 3장은 "아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들"로 구성된다.
꿈과 돈과 일에 대해서
아버지의 생각과 경험을 아들에게 전하고 있다.
가장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은
라이스 워크 (rice work)와 라이프 워크 (life work)와의 균형을 잘 맞추라는 것이었다.
10대에는 라이프 워크만을 꿈꾸며 살아간다.
20대가 되면 라이프 워크를 여전히 꿈꾸지만 현실이라는 벽앞에 슬슬 라이스 워크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30대에는 이상보다는 현실이 삶을 지배하게 되고 그 삶의 무게에 짖눌리면서 라이프 워크는 그저 철없는 이의 이상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40대에는 라이스 워크에 찌들려 살아가지만 이제 다시 슬슬 라이프 워크가 마음에 들어온다
50대에는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이제라도 라이스 워크를 끝내버리고 라이프 워크를 시작하고 싶지만 돈도 없고 체력도 없고 용기도 없다
60대에는, 70대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쳇바퀴안에서 열심히 살다 죽는다.
아버지는 그러하기에 아들에게 강조하여 말한다.
라이스 워크와 라이프 워크의 균형점을 찾으라고!
제 4장은 "언젠가 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다.
작가인 아버지는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동시에 수렵을 취미로 하였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물을 수렵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아들에게 남기고 있다.
가장 마지막 글에 "엄마를 부탁한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기여이 내 눈물샘은 터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이 자라가야할 아들에게
엄마마저 부탁해버리면
아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무거운 짐을 얹히는 것 같아서란다.
여태까지는 그냥 여느 아버지라도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메세지였다면
이 대목은 정말로 죽음을 코앞에 둔 아버지만이 뱉어낼 수 있는 눈물의 메세지였다.
이 마지막 사진은 이 책의 작가에게 소중한 모든것을 담고 있는것 같다.
사랑하는 카메라
사랑하는 나 자신
사랑하는 아내를 닮은
사랑하는 내 아들...
웃고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
독자인 나에게는 너무 가슴아픈 아버지이지만
마지막 챕터에서 작가가 말했듯이
이 조그마한 아이에겐 '자랑스러운 아버지'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