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은행나무, 2026

폴란드 작가 중 아는 작가를 말해보라 하면 당신은 누구를 이야기할 것인가? 내겐 주저없이 '올가 토카르추크' 라고 말할 것이다.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기묘한 이야기 등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작품만 해도 여러 개인 그녀는 격동의 폴란드사를 특유의 상상력을 버무려 흥미로운 이야기로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녀가 다시 한국으로 왔다. 무려 열아홉 편의 이야기가 실린『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과 함께.
(사실 이 책은 2001년에 이미 출간된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해가 2026년이다.)

이 책은 올가 토카르추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말 그대로 선물 보따리같은 책이다.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등 작가의 대표 작품들에 들어있는 독자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단편들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특이한 상상력은 다른 작가들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올가 작가만이 가지는 상상력은 다르다. 내가 보는 올가 작가의 상상력은 '허물기' 에서 나온다. 그녀는 '현실-허구', '독자-작가' 라는 뚜렷한 경계들를 허묾으로써 기묘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첫 번째 작품인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에서는 독자가 직접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죽인다. 세 번째 작품인 <주체>에서는 작가 삼브로스키가 자신이 만든 인물인 '사내'와 다툼을 벌이면서 자신의 작품의 권한을 위협받는 일이 벌어진다. <콩 점술>에서는 콩 점술이 현실을 침범하면서 점술에 잠식되어 가는 S의 모습이, 마지막 작품인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리며>에서는 화자가 여러 개의 자아로 변하면서 마침내 '나'라는 존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해체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또 하나의 다른 요소는 역사성이다. 올가 작가가 작품에 넣는 역사성의 특이점은 역사에서 배제된 인물들을 작품의 주체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는 <태고의 시간들>에서도 잘 드러났으며 책에서는 <바르도의 성탄 구유>,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예루살렘 정복. 1675년 라텐> 등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작품들에서 주인공은 여성, 하층민, 서커스단 단원, 정복된 나라의 국민 등 대중 작품에서는 주인공으로는 많이 나타나지 않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체 게바라>에서는 민주화 억압에 불안해 하며 굴복하는 소시민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내게는 서술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육관 같은 책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단편들으로부터 느껴지는 훈련된 에너지가 엄청나게 느껴졌다. 보통 이렇게 수많은 단편집을 모은 책에서는 힘이 들어간 단편들도 있고 힘을 다소 뺀 단편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힘을 뺀 단편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만큼 읽는 데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헬스장에서 수많은 운동기구들을 2시간 동안 체험하고 연습하며 운동하는 기분이었달까?

온몸을 바친 담금질로 만들어진 에너지가 가득 응축된 이 작품, 같이 훈련하며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을 다 읽고 느꼈던 개운함과 상쾌함을 다른 독자들도 꼭 느껴봤으면 좋겠다. 운동 많이 돼요, 스트롱 스트롱.

#여러개의북을두드리며 #올가토카르추크 #폴란드 #은행나무 #최성은 #단편 #책추천 #서평 #서평단

*이 책은 @ehbook_ 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