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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 읽고 쓰고 만나는 책방지기의 문장일기
구선아 지음, 임진아 그림 / 해의시간 / 2020년 4월
평점 :

제목: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저자: 구선아
그림 : 임진아
출판사: 해의 시간
장르: 에세이
페이지 : 212
ISBN : 9791159314834
개인 평점: ★★★★☆
완독일: 2020. 4. 30
제목에 이끌려 출판 사전 서평단에 신청했다가 운 좋게도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게 된 책. 책의 겉 표지는 물론 크기와 종이의 질감, 책 속지의 디자인 등 겉 모습들이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엔지니어, 학원 운영을 거쳐 이 분야에서는 조금 늦은 나이에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으로 바꾸고 난 후로 부터 반 강제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독서를 해 온지 이이제 몇 해가 되지 않았다. 주로 자기계발서 위주의 독서였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사색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 주로 책의 내용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오랜 습관 때문에 지식의 폭은 넓힐 수 있었을 지언정 정서가 풍요로와 진다던가 표현력이 풍부해지는 등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지난 몇 개월 동안 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독서에 몰입하게 되면서 부터 내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고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삶의 목적이 생긴 것이다. 독서와 글 쓰기 덕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긍정적인 삶의 변화로 읽고 쓰고 사색하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서평을 쓰고 있는 것도 일상의 긍정적인 변화 중에 한 가지이다.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택배로 배달된 책 속에는 정성이 담긴 작은 메모지에 간단하게 나마 당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출판사 담당자의 마음 씀씀이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라는 제목도 작가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더욱 궁금해 졌다.
작가님과 대화하듯
작가님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길 원합니다.
나는 책을 읽기 전 나만의 책 길들이기 습관이 있다. 책 모서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잡고 내 나이의 숫자만큼 책장을 빠르게 넘긴다. 그렇게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일어나는 실바람이 좋다. 책 속에서 풍기는 종이와 잉크 냄새를 맡는 것이 좋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그 다음에는 10여 장 씩 묶음으로 잡아 책을 열고 가운데를 꾹꾹 눌러 책을 열면 다시 쉽게 접히지 않도록 내 손때를 묻혀 길을 들인다.

그렇게 빨리 책장을 넘기는 동안 책 속을 빠르게 훑어 본다. 여백이 많다. 약간 거친듯한 종이의 질감이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다. 흑백의 삽화는 내 시선과 관심을 더욱 푸근하게 잡아 두고 있다. 마치 쓰다 만 일기장을 펼친 듯 책장 여기저기의 빈 공간에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것을 적고, 나의 이야기를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 분량의 에세이라면 일 하는 틈틈이 읽어도 이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겠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작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고, 그 대화 속에서 울려 나오는 내 안의 소리를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읽어야 한다는, 서평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미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원했고, 나 역시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저의 문장 속에서 당신의 문장을
당신의 오늘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나와 같은 생각임에 공감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며

용기있는 행동에 응원의 박수도 보냅니다.

작가님이 선인과의 경험담을 들려 주셨기에
저도 그 분과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
나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더 건강하고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삶을 산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먼저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서의 지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아는 것이야 말로 타인을 돕는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돌아왔는지 모릅니다. 지난 4개월간 하루 3~4시간씩 잠을 줄이고 매일 읽고 쓰고 사색했던 시간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작가님과 제가 세대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하는 일도, 살고 있는 곳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기만 한데, 책을 읽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꿈 꾸고 있는 것도, 살고 있는 모습도 다를게 없다고 느꼈을까요?
작가님이 서울 동네의 골목을 좋아하듯이 저 역시 어릴적 자라며 추억이 서려 있는 서촌 골목 구석구석을 사랑합니다. 지방으로 내려와 살다 보니 자주 찾아가지 못해서 더욱 그리워 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누구와도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작가님이 '이젠 제대로 말하는' 꿈 이야기를 할 때 저 역시 그 어느때 보다 '제대로 말하는' 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의 꿈 이야기도 짧지만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꿈은 각자에게 더욱 선명한 내일이 되겠지요.

이렇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무심코 스쳐 지나갈, 아니 서로의 존재도 모를(지금은 나만이 작가님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인연이었다. 이렇게 작가님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나의 이야기를 책 모퉁이에 적어 내려 가며 작가님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웃길 뿐이다.
그래도 난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좋다. 나는 지금 꿈에도 생각지 못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도 마흔이다. 스물엔 결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나이.
지금의 나는 여전히 서른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가 움직이는 만큼의 일은 일어나겠지.
내로운 시작은 오늘도 가능하다
201쪽
매일의 작가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저 도한 늘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잘 지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뒤돌아 보고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그런 삶이 얼마나 헛되고 고단한 삶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바로 서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회하지 않는 것도 용기이기에...

임진아 그림 작가님께
누구나 창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나 또한 그 창문을 통해 세상 밖 어디든 바라보며 꿈꾸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마치며
작가와 대화하듯, 내 일기를 써 내려 가듯 책을 읽은 소감을 적었다.
구선아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담은 글과 임진아 작가의 포근한 그림으로 따끔한 충고와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었고, 로이야기 속에서 많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의 소리에도 귀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지난 시간과 지금, 그리고 미래에 대해 회상하고 결단하게 하고 꿈꾸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 어느때 보다 더 나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 속의 너른 여백에 작가에게 묻고 싶은 말을 적고, 문장을 곱씹어 읽으며 느낀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적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덧 나도 작가를 따라 한 편의 짧은 나만의 에세이를 펴낸 것 같아 뿌듯하다.
작가의 말처럼 나를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글을 읽고 글을 쓰기로 했다.
마법과 같은 선물을 해 주신 두 분의 작가님과 출판사 관계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오래된 공장 사무실 한켠에 앉아 밝은 미래를 꿈꾸는 소년과 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