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하늘을 더럽히지 않는다
도대체 삶이란 아무 것도 아니어서 만남도 헤어짐도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어서 바람은 가볍고 아무 것도 아니어서 햇빛은 눈부시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어서 새들은 하늘을 더럽히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아무 것 찾기가 문학이 아니던가.그러므로 시인은 바람과 햇볕, 혹은 의자와 쇠붙이의 전생을 주목한다. 전생을 주목할 때 의자의 배꼽으로부터 시냇물 흐르고 쇠붙이의 정수리로부터 피라미 떼 솟구친다. 풍경이 일순 정경으로 바뀌는 날것들의 축제, 우리는 그것을 시라 부른다.(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