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라는 말의 뜨락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벗어놓은 아침햇살이 있고, 적막이라는 말의 우산 속에는 저 혼자 비 내리는 늦은 밤 정거장이 있다. 고요는 가볍고 적막은 무겁다. 문명과 제도와 욕망의 우울을 먹고사는 적막과 흰 구름, 산들바람,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소리의 혈육인 고요는 비슷한 말이지만 이렇게 다르다. 그대 영혼은 가벼운가 무거운가. 무릇 인간의 문화적 노력이란 적막에서 고요로 옮겨 앉기 위한 안간힘이 아닐까.<오래된 약속/ 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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