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태생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살고 있고 유럽에서 더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가.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많이 쓰는 것으로도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가장 유명한 소설작품이다.

 

이미 1997년에 첫 출간된 작품이고, 국내에도 2010년 번역 출간되었지만 새삼스럽게 2014년이 되어서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오랜만에 문학책을 읽고 싶어 이 책 저 책 서점 사이트에서 뒤지다가 2014년 현재까지 국내에서 무려 64쇄나 인쇄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였다. 해외의 유수한 작품들이 몇십쇄를 기록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긴 해도 몇년전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그냥 한번 눈으로 슬쩍 봐둔 것 외에는 별로 내게 흥미요소를 끌지 못했던 책이 새삼스럽게 손에 잡힌 건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베스트셀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베스트셀러만을 고집하고 찾는 습성을 갖지 않는 나로서는 그저 64쇄라는 마력적인 숫자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역시 현대인에게 있어 숫자가 주는 무언의 압력-이 정도로 많이 팔렸는데 너는 안 읽고 뭐 했느냐는-은 무서웠다.

 

직장생활을 한 10여년 하다보면 모든 직장인들이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 생활 계속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내 꿈은 뭐였지?' '어린 시절 내 꿈은 뭐였을까?'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꿈을 잃어버리고 산다지만 누구나 동경하는 마음 속의 이상향이 있다고들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그런 삶. 그런 삶을 찾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수많은 강연에서 TV에서 라디오에서 강사들이 외쳐댄다. 그러다보니 '꿈없이 살아온 나는 이거 정말 바보같은 삶을 내가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자기비하와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나는 어린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똑바로 이루지는 못했어도 비슷하게라도 가고 있으니 타인의 시각에서 보면 그래도 잘 살아온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것 저것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루고 싶은 꿈이야 누구나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꿈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한다지만 저자가 1인칭 화법으로 서술한 이 책의 저자 '벤 브래드포드'는 잘 난 아버지를 둔 덕에 때로는 아버지가 원하는 바대로 살아가기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결국 돈이라는 마법 때문에 굴복하기를 반복하며 아버지가 원하는대로 명문 로스쿨을 졸업한 후 뉴욕 월가의 안정된 변호사가 된다.  뉴욕의 상류층들이 모여 산다는 교외의 고급주택에 살며 작가를 꿈꾸던 아름다운 아내 '베스'와 아들 둘(애덤, 조시)을 키우며 사는 평범한 중상류층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다.  늘 어린시절부터 꿈꾸던 사진작가의 꿈은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좌절이 되었고, 그의 꿈은 결혼 이후에도 오로지 많은 돈을 들여 마련한 집 지하실의 암실과 비싼 고급 카메라와 장비를 사들이는 취미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내 또한 자신의 어머니가 그랬듯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집안에 갇혀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와 피해의식에 사로잡여 있고 이러한 불만은 점점 부부간에 심각한 불화로 이어지고 있었다.  

벤은 끊임없이 부부간 화해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이웃에 사는 잘난 척 하기 대장인 홀로사는 사진작가 '게리 서머스'가 아내와 외도를 하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혼외정사를 벌이는 것까지 알게 된다. 게리의 집에서 둘이 술을 마시다가 게리의 말에 격분한 나머지 병으로 게리를 살해한 벤. 이제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던 변호사 벤은 살인자 '벤'으로 한순간에 돌변한다.

변호사 출신의 철저함으로 시신을 마무리 하고 게리의 흔적 지우기에 돌입하며 친구에게 빌린 요트를 타고 나가 요트 화재사건으로 위장하여 게리 대신 벤 자신이 사망한 사람으로 지워버리는데 성공한다. 또한 자신은 사진작가 '게리 서머스'로 다시 태어난다.

서부로 달아나 전혀 다른 삶을 새롭게 시작한 벤. 아니 가짜 게리는 그곳 마운틴폴스에서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되지만 앤과의 로맨스와 산불 사건을 당할 때 찍었던 사진들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위기를 맞게 되고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루디'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가다 사고를 통해 루디가 가짜 게리 대신 죽고 다시 게리가 세상에서는 사망하는 기가막힌 반전을 이룬다. 이제 벤은 세상에서 벤도 죽고 게리도 죽어버려 자신은 유령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이제 모든 것을 알게 된 앤. 그리고 자신의 2세(잭)를 데리고 세상을 떠나 다시 '앤드류 타벨' 이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기가막힌 운명의 벤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마치 추리소설같은 흡입력으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 손을 놓기 어려울 정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치 살인자인 벤을 어떻게든 살려서 구조해 주고 싶은 마음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끌어 당기는 솜씨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도 섬세하면서도 당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게리 살인의 묘사와 수일간 이뤄지는 살인 흔적 처리의 글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놀라운 솜씨다. 또한 무려 세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비극적인 삶을 사는 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과연 내 삶의 정체는 무엇인지 내 자신의 가면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또한 진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자신있게 주장하거나 그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있었는가?  벤이 아내 베스와의 관계에서 벌이는 다양한 부부관계의 충돌은 중년의 남자라면 능히 이해하고도 남을 갈등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생생한 삶의 모습이 꿈을 잃어버린 중년들의 가슴 속을 파고드는 흡입력이 되지 않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바쁘게 살다보면 잊어버리게 되는 어린 시절의 꿈. 

 

이러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후원자는 결국 나 자신 밖에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느껴보게 된다.  또한 부부는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대상이 아닌 함께 꿈을 이뤄가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것도 평범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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