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과목이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어 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 열을 올려 흥분하고 격분했던 기억이 있다. 단지 필수과목으로 국사를 지정하고 공무원 시험 등 각급 시험과목에 국사가 들어간다고 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수 있을까. 일회성의 흥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 역사 전체에 대한 진지한 조망이 필요한 때가 지금의 시대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국사과목에서도 거의 끝부분에 위치하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부분이 있다. 불과 10여년에 불과한 역사로 인해 고구려, 백제, 신라를 기억해도 이 나라의 국명은 잘 기억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조선이라는 국호와 지금도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니 이처럼 불행한 나라도 있을까 싶다. 바로 대한제국이다. 중국 청나라의 속국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의 기치를 들고 황제국을 선포했으며 근대화의 첫 물꼬를 튼 나라였지만 일제의 침략에 무너져 모두의 기억에 잊혀진 나라 대한제국. 그 대한제국의 2대 황제였지만 황제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던 비극의 마지막 황제 ‘순종 융희황제’. 이 책은 그 불행했던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순종황제를 관통하는 책이다.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조선에 이르기까지 실록을 통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대중적인 저술을 펴온 박영규 작가의 새로운 도전의 산물이다. 요즘 세칭 가장 인기 있는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 등 우리 역사 속에서 일반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왕들을 제치고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임금인 순종을 다룬다. 그것도 순종황제에게 있어 가장 큰 치욕을 안겨준 정복자인 일 천황을 도쿄로 방문하여 알현해야 했던 비극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불행한 역사라고 해서 우리의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선명히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는 순종황제의 치욕적인 일본 방문기를 통해 그를 1인칭으로 놓고 순종황제의 시각으로 그의 삶을 되살려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이 비극적 사건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최근 수년간 학계에선 대한제국에 대한 새로운 재조명 작업을 통해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많은 내용이 새롭게 발굴되고, 당시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일본인의 저서도 번역되어 나오는 등 활발한 이슈가 되어 왔다. 이를 통해 비록 망국의 군주가 되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종황제의 국제적인 항일활동이 다수 드러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또한 순종황제의 시각을 통해 한일 강제병합을 바라보는 황실의 생각과 저항의 마음을 드러내고자 했고 도쿄 방문기를 통해 끝까지 살아남아 반드시 광복을 하고자 하는 순종황제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이를 일제의 볼모로 잡혀 있던 은 황태자(영친왕)에게도 심어주려고 했던 상황까지 잘 그려내고 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야 모든 책임을 황실의 책임으로 넘기기 쉽겠지만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황실의 입장과 저항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일제의 간악한 영향으로 백성들과 황실을 갈라 놓고자 했던 정책이 성공했다고 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우리의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우리의 황실을 버렸는가? 일본의 만행에 당하고 그들의 정책에 당해 국민과 황실을 갈라 놓고자 했던 그들의 술수에 넘어갔던 세월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 황실에 대한 미움을 내려 놓아야 한다. 저자 스스로도 부끄러운 역사여서 한 줄로 쓰고 넘어갔던 그 역사를 이제는 우리도 새삼스럽게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만 우리의 역사인가. 책을 읽으며 순종황제의 고통이 내 고통이고 우리 국민의 고통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황 요시히토 앞에서 느끼는 황제의 수치심이 내 수치심이었고 우리 국민의 수치심이었음을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짋어졌던 고통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우리 머릿속에서 불행의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쓰는 21세기 극일의 드라마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20세기 제국주의의 칼날 앞에 신음하고 고통을 받았던 우리의 황실과 백성이 이제 100년이 지나 다시 그 때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무섭도록 직시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던가.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겉 표지에도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 이란다. 조선은 황제가 없었다. 대한제국에서 1대, 2대 황제가 존재했을 뿐인데 이 책 조차도 아직 조선이란다. 또한 당시에 실제로 쓰이지 않은 용어가 등장하고(p.95 – ‘감축’), 실제 존재하지 않는 말(p.123,p.147 – ‘지피지기 백전백승 -> ‘지피지기 백전불태’ )이 등장하는 것은 중대한 옥의 티다. 또한 뒷 부분에서 스피디하게 전개하는 과정에서 너무 빨리 역사를 건너뛰고 넘어가버려서 앞에서 진지하게 진행되었던 부분이 마무리에서 흐지부지하게 느껴지게 되는 약점이 보인 것은 못내 느껴지는 진한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