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왕을 꾸짖다 - 상소로 보는 역사 이야기
신두환 지음 / 달과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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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존재한 제도였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꽃핀 제도.
바로 상소라는 제도다. 

군신간의 구별이 엄격했던 절대군주제 하에서 직언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의 잘못한 점과 나라의 개선점을 과감히 지적하며 임금께 직접 올린 상소문은 보면 볼수록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국애민의 길을 걸으며 오직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서 작성된 상소문은 정치문학과 그 사회의 정의를 반영한 꽃 중의 꽃이다.

이 책 ‘선비, 왕을 꾸짖다’ 는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문학의 자랑거리인 상소문 중 대표적인 것을 시대적으로 골고루 추려 완역한 내용을 싣고, 그 뒤에 짧은 해설을 담아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자체는 부록까지 포함하여 474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을 갖고 있지만 22개의 상소문과 2개의 부록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기에 무난한 편집을 하고 있다. 대부분 한문으로 작성된 어려운 문장이지만 저자의 해석이 깔끔하여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문장을 이해하기보다는 그 시기에 그러한 애국심이 철철 넘치는 글을 통해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곤 하니 이러한 감동이 또 있을까 싶다.

외국학자들이 우리나라의 상소문 내용과 상소제도를 보고 ‘이러한 훌륭한 제도가 있었는데 왜 나라가 망국으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라고 했다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상소문의 내용은 기가 막힐 정도로 구체적이고 뛰어났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위인들의 새로운 진면목을 알 수 있고, 해박한 지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방대한 양도 양이려니와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나열하는 방법을 적절히 구사한 관기 출신 ‘소월’의 2만 자가 넘는 엄청난 분량의 상소, 단종에 대한 복위와 사육신의 복작을 요청하는 당시로선 엄청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절묘하게 고대 중국의 시대를 넘나드는 엄청난 고사를 연결하여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당시 선조임금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묵은 사건을 해결하려는 김성일의 그 의지와 글 솜씨는 정말 탄복할 정도로 놀라웠고, 임진왜란이 닥칠 것을 우려하여 경계하는 우국충절이 넘치는 조헌의 상소, 그 밖에 다양한 사직상소 등 다양한 문체와 성격의 상소를 접하게 된다.

특히나 그 동안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후 일본의 침략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함으로써 임진난 대비를 못하게 된 후환을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성일의 상소는 그간 익히 알고 있던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그를 다시 보게 해준 내용이었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이러한 훌륭한 상소 외에도 친일파 이용구의 매국적인 상소와 최익현과 곽종석 같은 우국지사의 상소가 함께 실려 있어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발해국에서 일본에 준 국서까지 부록으로 첨가함으로써 다양한 문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점이 돋보인다.

소통의 부재라는 지적을 받는 현 시대에 정치권이 이러한 내용을 잘 읽어서 국민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역사는 반복되며 지나간 역사를 통해 앞 날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인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한가지 책의 부피나 일반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겠지만 해당 원문이 실려 있지 않아 원문을 궁금해 하는 나 같이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아쉬움을 남긴다는 점이겠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자랑인 상소제도를 시대를 뛰어넘어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 하겠다.
www.we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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