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なにわ男子カレンダ- 2023.4-2024.3 Johnnys'Official - 나니와단시 2023 캘린더 쟈니스 캘린더 2023-2024 6
小學館 / 小學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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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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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궁금해하는 걸까?, 스노볼(브이로그)과 자아 정체감.

 

*줄거리

평균 기운이 영하 41도로 내려간 혹한기, 돔으로 둘러쳐진 따뜻한 지역 스노볼

스노볼 밖의 사람들은 노동으로 전력을 생산해, 스노볼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삶을 구경한다. 디렉터를 꿈꾸는 열일곱 전초밤도 마찬가지다. 스노볼의 액터 고해리의 삶을 엿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오늘도 열심히 노동한다. 그런데,

지금부터 초밤 양이 해리의 대역을 해 주면 좋겠어요.”

전초밤은 그렇게 고해리가 되어 스노볼 속으로 들어간다.

 

주인공 전초밤은 살인자라고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조미류를 목숨 걸고 구할 정도로 정도, 정의감도 강한 아이다. 자신을 내던지는 영웅, 그것이 바로 전초밤이란 아이의 본질이다.

그러나 스노볼에서의 따뜻한 진통제와 값싼 마취제는 그녀의 본질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답지 않은 비겁한 일도 저지르며, 디렉터라는 꿈도 잊고, 전초밤이 아닌 고해리의 삶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그런 그녀는 퇴직자의 마을로 떨어진다. 상류층의 삶에서 하류층의 삶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었으나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을 잃은 것을 뉘우친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일어선다.

 

고해리와 관련된 진실을 묵인한 방관자들 역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고해리의 죽음을 알고도 고해리를 대신하려 했던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스노볼 1권이 전초밤이 를 찾는 과정이라면, 2권은 등장인물 모두가 를 찾는 과정이다.

는 무엇일까? 자매품으로는 나는 왜 태어난 걸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등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의 질문을 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으로서 주어진 특권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의 자아정체성을 찾다가 땅굴을 파다 못해 그 안에서 나오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를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박소영 작가는 브이로그를 보고 스노볼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두는 걸까? 왜 우리는 브이로그를 보는 걸까? 왜 우리는 수많은 브이로그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말 그대로 전력을 쏟으며 열광하는 걸까?

 

수많은 대답이 존재하겠지만 내 대답은 이러하다.

 

내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심한다. 브이로그, 스타의 삶, 나와는 다른 삶에 궁금증이 생기는 건 내가 무엇일지 알기 위해,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은 아닐까?

스노볼 속 사람이 불안정하며 불안정한데로 공감과 안도를 하고, 완벽하면 완벽한데로 우러르며 내 존재의 힌트를 찾는 것이다. ‘가 누구인지 알고, 자신의 삶을 디렉팅해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액터이자 디렉터가 되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의 삶에 펼쳐질 드라마를 기대하며 잠들고,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디텍팅하며 살아가는 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자신이 생각한 신념과 반하는 일, 용납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곤 한다.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나'의 질문을 하고 해야만 한다. 스노볼은 이야기한다.

 

너의 이름이 궁금해.

넌 네 이름을 잃지 마.

너로 살아가는 일을 함부로 포기하지 마.

 

나를 비롯한 모두가 브이로그를 보던, 창문을 열어놓고 먼 산을 보던, <<스노볼>>을 보던 는 무엇인지, ‘로 살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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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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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척박한 환경(環境). 그건 익히 말하는 자연 환경에 한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 무리를 짓고 만들어 낸 사회 환경 또한 가정과 학교 어느 곳에서든 벌어지는 폭력으로 척박해졌다. 그리고 <나인>은 바로 그 환경 속에서 싹을 잃지 않고 자라는 아홉 번째 싹, 주인공 ‘나인’에 관한 이야기다.


전체 줄거리

열일곱 살 유나인은 이모와 단둘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나인은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나인을 키운 이모가 그제야 알려 준 비밀은, 나인은 ‘누브’라는 외계인이며 특별한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것. 식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나인은 2년 전 자취를 감춘 실종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친구 ‘현재’와 ‘미래’, 그리고 같은 누브족 ‘승택’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마음먹는데....

※해당 포스팅은 스포일러와 자체적인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나인》이 말하는 죄책감이란 기적

- 붉은 선의 경계와 나인의 푸른 힘

<나인>은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다. 능력주의, 자본 만능주의, 가정 폭력, 학교 폭력 등 하나하나 꼽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나인>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이를 모두 아우르는 ‘죄’와 그것을 뉘우칠 수 있는 감정인 ‘죄책감’. 그리고 마침내 죄를 뉘우치고 고치는 ‘회개’이다.

하지만 도현은 그런데도 들어가고 싶었다. 들어가서 딱 한 마디만 하고 싶었고, 딱 하나만 묻고 싶었다.

겁주려고 밀친 거예요.

그때 바로 구급차를 불렀으면 살았을까요?

(중략)

목사에게 뺨을 맞은 뒤에야 초점이 또렷해졌다. 아비 인생 망치려고 작정했느냐고 고함쳤다.사람을 죽인 자식을 둔 목사라는 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럼 목사를 그만두면 되었을 텐데 목사는 죽은 자를 없애자고 했다.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또 없애지. 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목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술을 안 마셨다면 안 그랬을까. 제정신이었다면 목사가 아니라 구급차를 불렀을까. 그럼 살았을까. 살았으면......

도현은 소위 ‘있는 집 자식’이다. 그의 부모는 도현의 주변 친구들을 다섯 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1등급의 아이들이 그와 어울리길 바랬다. 부모가 양쪽 모두 살아있고, 집은 어느정도 부유하며, 공부도 썩 잘하는 친구들. 그러나 실종된 원우는 그와 반대되는 5등급의 아이였다.

ㅡ편부가정과 가난.

도현의 부모님은 원우를 단 두 단어로 정의내렸다. 도현 또한 처음에는 원우와 어울리다 점점 부모님의 압박이 심해지자 원우가 정말 5등급의 아이는 아닐까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러다 서로 오해가 생겨 그만,도현이 원우를 밀쳐 원우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비극적인 사고였다. 그러나 도현의 부모님이 도현이 소년원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해 원우의 시체를 도현의 손으로 직접 땅에 묻게 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살인이 되었다. 도현은 그 이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은 원우의 환영을 본다.


도현은 경계에 서 있다. 붉은 선의 경계. 넘으면 돌아갈 수 없다. 그 경계를 넘으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무언가 들려도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고,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경계 너머는 현실과 비현실이 혼잡하게 섞인 세계. 피는 꽃처럼 터지고, 길고양이는 솜 인형처럼 느껴지는 부드럽고 잔혹한 세계.

붉은 선의 경계 너머로 떠난 사람들은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완전히 죄에 물들게 된다.

수많은 뉴스에서 우리는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붉은 선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 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당직 때 죽는 환자 귀찮아서... 링거 살인 日 간호사 무기징역’, ‘무슨 낯으로 전자발찌 살인 강윤성,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 세상에는 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뉘우치는 기색 하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인>에서는 도현에게 당연하듯 친구의 시체를 묻으라 윽박질렀던 그의 부모님이, 금옥을 잔혹하게 총과 칼로 찔러 죽인 일본군이, 소수라도 살리기 위해서라며 같은 종족을 죽였던 승택의 조상이 그러했다. <나인>에서는 붉은 선을 넘은 자들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교차해 보여준다.

그러나 도현은 아직 낯이 두껍지 않다. 죄책감에 이마를 찧으며 원우의 환영을 향해 꺼지라고 외친다.

도현이 그 경계의 선을 밟기 전에 누군가 다시 이곳으로 끌고 와야 한다. 비린 냄새와 어두운 산이 존재하는, 고통이 잇따르는 잔혹하기만 한 세상으로.

그렇지만 내일이 있는 세상으로.

“기회를 주려고 부른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권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기회?”

“선배가 한 짓을 인정하고 직접 용서를 구할 기회요. 이년 전 여기서 벌어졌던 일. 선배랑 선배 친구들이 벌인 일요.”

"말을 똑바로 해. 내가 무슨 짓을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거든."

(중략)

“선배도 살리고 싶었잖아요.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었잖아요. 그래서 아빠한테 전화 걸었던 거였잖아요. 도와 달라고 그런 거잖아요. 그럼 그때 못 한 거 지금이라도 해요. 더 늦기 전에 박원우 여기에 있다고. 그래야 박원우가 가족한테 돌아가죠. 언제까지 내버려 둘 거예요? 더 후회하기 전에 그만 모든 걸 돌려 놔요.”

<나인>에서는 죄를 붉은 선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도현을 붉은 선에서 ‘이곳’(죄를 뉘우치는 것, 모두가 있는 현실)으로 끌고 오는 매개체로 주인공 나인을 가리킨다. 이미 금옥은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미 많은 누브 족은 승택의 조상으로 인해 사망했다. 하지만 아직 도현을 구할 기회는 남아있다. 그가 아직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때. 완전히 빨간 선을 넘기 전에... 나인은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종족의 특성을 사용하여 도현과 원우 사이에 벌어졌던 일을 확인하고 도현이 자신의 죄를 스스로 토해내게 만드려 노력한다.


"외계인 같은 거 세상에 정말 있다고요."

나인이 권도현의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그게 나니까."

나인이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가 바닥으로 세게 내리쳤다. 물줄기가 뻗어 나가듯 파란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멀리 퍼져 어둠이 내려앉은 산에 빛을 밝혔다. 파랗게 빛나는 땅을, 권도현이 바라본다.

"박원우가 어렸을 떄 이 산에서 외계인을 만났어요. 엄마라고 생각했던 나무가 죽어서 슬퍼하고 있는데 그떄 외계인이 나타나서 그 나무를 죽지 않는 나무로 살려 줬어요. 그리고 그 외계인이 박원우한테 당부했어요. 이 나무를 잊으면 안 돼."

권도현은 나인의 발만 응시했다.

"박원우는 선배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요."

"무슨......"

"박원우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건 선배예요."

권도현의 눈가가 빨갛다. 불그스름하거나 붉은 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피를 쏟아낼 것처럼 새빨갰다.

나인은 푸르른 식물이다. 그리고 그녀가 내뿜는 특별한 힘 또한 푸른빛이다. 빨강과 보색을 이루는(여기서 말하는 푸른빛이란, 초록과 파랑을 아우른다.) 푸른빛은 붉은 선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도현을 붙잡는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도현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악을 쓰고 운다. 극적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도현의 심경 변화는 기적과도 같았다.

나인이 손끝에서 싹을 피웠을 때도 놀라지 않았던 나는 도현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장면에서 더없는 벅참을 느꼈다. 그건 아직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판타지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싹을 잃지 않고 현재를 살고 미래로 나아가는 나인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ㅡ세상에는 아직 죄를 저질러도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그럼에도 남아있는 기적을.

“금옥아. 나는 나인이야. 아홉 개의 새싹 중에 가장 늦게 핀 마지막 싹이라 나인이 됐어. 더는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나는 가장 마지막에 눈을 떴어.”

그러니까 나인은, 기적이라는 뜻이야.ⓦ


▶이런 사람에게 《나인》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

#섬세한문체를 사랑하는 사람. 묘사가 매우 상세하다. 감정 묘사는 물론이고, 판타지 소설임에도 극도로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장면을 묘사한다.

#여성중심서사를 읽고 싶은 사람. 사건의 중심에 서 누구보다도 강렬히 세상에 발버둥치는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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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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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책 뒤의 문구만 읽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나. 순수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책일 것이라고 으레짐작했다.

 

나는 그곳을 생각보다 쉽게 사랑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라는 문구와

 

"열정의 시절을 통과하는 청춘들, 그 사랑을 향한 예의"

 

라는 문구를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책은 밝지만 습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어둡고 축축한 느낌.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약혼을 하고, 약혼자와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저렇게 의사표현을 안 하는 거야? 나는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조마조마하게 험난한 천진 생활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홀린 듯 쫓았다.

 

가장 심각하게 주인공, 상아를 쳐다보게 되었던 것은 춘란과의 만남이었다.

 

-상아야. 넌 참 예전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걸 믿을 수도 없고 또 그렇게 살려고 하지도 않을 거야. 난 내 인생을 살아갈 거다, 최선을 다해서.

 

춘란의 방문은 나와 정숙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우리 둘 다 자신들이 겸연쩍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할 것이 무엇인가. 내가 상아의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 상아가 춘란의 생각에 공감해버리게 된다는 사고의 흐름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상아는 아무런 힘없이 남자 옆에서 젊음을 파는 춘란을 동경해버리고 만다. 그의 친구 정숙마저도.

 

그리고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이 대사다.

 

-내 느낌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상아씨한테서는 더 전형적인 조선족 여자의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소박하고 내적이고 꾸밈없고, 매우 원초적인 여성의 매력이라 할까. 상아씨한테는 남자들에게 아늑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꿈꾸게 하는 그런 힘이 있어요.

 

정말 멍청한 작업 멘트가 아닌가. 있던 정도 날려버리는 대사. 전형적인 00족 여자의 분위기? 소박하고. 내적이고. 꾸밈없고? 다르게 말하자면 너 가성비 좋아보인다. 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면에서 남자는,

 

사내가 내 손을 잡았다. 순식간이었다.

 

-이렇게라도 손 한번 잡아보지요.

    

정말 내가 상아였다면 남자의 이를 몇 개 털어주었을 것이지만 상아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춘란과 만나고 사내와 만남을 가지고나서 약혼자, 무군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다. 무군도 상당히 강압적이고 좋을 것 하나 없는 남자였지만 이렇게 쉽사리 마음을 돌리는 상아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상아를 이해하고 무군을 이해하고 정숙을 이해한건 이야기가 끝나고 해설을 읽고 나서였다. 주인공들의 사회적 배경을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그들의 감정을 받아들였다.

 

당시 중국의 경제적 팽창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도 깊이 영향을 주었다. 경제적 상승이 한 개인의 내면에 어떻게 투사되어있는지를 천진시절에서는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상아는 천진난만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무군에게도 휩쓸렸고 춘란에게도 휩쓸렸으며 모든 상황에 영향을 깊게 받는다. 중국의 당시 급격한 경제적 성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못하고 경제의 변화에 휩쓸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남자를 매개로 신분 상승을 하는 춘란과 같은 여성들을 천진시절에서 드러낸 이유는.당시 중국의 경제성장이 남성 연대에 기반해 이루어진 것임을 일러준 것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골 출신 여자들은 새롭게 획득되는 부와 권력의 부스러기에고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춘란의 행동이 완전히 이해가 된 것은 아니지만 나도 상아처럼 그런 그녀를 온전히 나쁘다고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천진시절’. 고향의 이야기. 탈향의 이야기. 그리고 홍수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억하는 책. 당연히 행복했던 고향을 추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추억은 행복한 면도 있지만 당연히 아픈 면도 있다. 상아는 새로운 곳에 와 다양한 광경을 경험하며 미소도 지었지만 사랑을 겪고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보며 아파하기도 했다.

 

나의 고향 서사는 어떠할까. 상경해서 어느덧 5년이 되었다. 과거의 기억들은 추억이 되어서 모든 것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아픈 면도 있었다. 나의 천진 시절’. 독자들에게 그들의 천진 시절은 어떠하였는지 물음표를 던지는 책, ‘천진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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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싱고(신미나)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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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서평

 

현대시인론’. 나는 1학년부터 큰 벽과 마주한다. 애초에 들어올 때부터 저는 소설이 좋아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면접을 보고 들어온 터라 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두려움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생각해보라. 나는 이 시가 A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수능에서는 사실 이 시는 B입니다. 라고 하면 내 의견은 한낱 휴짓조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업을 통해 내 생각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시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하고 계실 때였다. 교수님의 목소리와 학우들의 볼펜 소리만이 강의실에 가득했다. 갑자기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그래.”

 

저는 그 시가 이야기하는 게...”

 

교수님께서 해석하신 것과는 다른 해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모두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시며 (심지어 살짝 촉촉한 것 같기도 했다.)

 

이 시를 쓴 건 000이지만. 이 시를 완성하고, 000을 시인으로 만들어준 건! 바로 전모군 너다!”

 

나는 4년이 지난 지금. 시인의 이름도 시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명확하게 기억하는 건 친구의 이름, 석 자다. 나에게 시는 전모군. 그 자체가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시를 달리 보게 되었다. 여전히 나에게 시는 어려운 존재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재미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다양한 재미를 줄 청소년 마음시툰 :안녕, 해태를 만나게 되었다.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다면

 

바다가 푸른 이유는 고래를 위해서라고. 고래가 수평선 위로 솟구칠 때 있잖아. 그때 별을 보여 주기 위해 바다가 있는 거라고. 마찬가지야. 소설을 쓰다가 지칠 때, 다 그만두고 싶을 때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나의 고래를 응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런 게 희망이라고.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인지도 몰라. 이십 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자란다는 건 어려운 거구나. 꿈을 결정하고 마음속에 고래 한 마리 키운다는 건.

 

주인공 잔디는 중학생으로 친구, 연애, 공부 등 세상 오만가지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다. 그 중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은 잔디의 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챕터이다. 잔디는 꿈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런 잔디를 보며 아빠는 푸른 바다와 고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잔디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꿈을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꿈이란 무엇일까?’ 하는 고래를 떠올리게 된다.

바다라는 커다란 존재, 인력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하나의 생명체를 위해 존재한다. 나는 이 챕터를 읽으며 고래가 되어서 바다의 위로를 받기도 하였고, 바다가 되어서 고래를 위한 존재라는 뿌듯함을 얻기도 했다. 또 나는 그런 잔디와 아버지의 모습에서 고래와 푸른 바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시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난 이 시툰은 독자들의 시에 대한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

 

꿈속에서 따라온 나비

 

깜빡 졸다 눈을 떴을 때 꿈결처럼 거울 속에 인경이가 있었다. 잠이 덜 깬 줄 알았는데 네가 웃고 있었다. , 지금 꿈꾸는 건가? 너는 나비가 데려온 환상이었나? 이상해. 상상만으로 얼굴이 붉어지다니. 속마음이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지다니.

 

잔디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다 그 소리를 마치 나비의 날갯짓 같다고 여긴다. 그리고 눈을 뜨니 환상처럼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마주치게 된다. 몽롱한 잔디의 기분이 전이되며 나는 지금 꽃이다.’를 읽으니 일전에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같이 느껴졌던 시가 더할 나위 없는 연애편지로 느껴졌다.

 

폴폴 날리는 꽃가루

살랑살랑 나는 은빛 나비

 

나는

지금

 

꽃이다.

 

 ***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는 잔디와 해태의 이야기를 한 챕터씩 보여주고 마지막에 시를 삽입한다. 책을 읽기 전 당연히 시를 위한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웹툰은 잔디와 해태의 서사에 시를 붙여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작가님이 이야기와 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과 다르게 읽고, 읽고 또 읽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들도 상당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보자마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독자들의 부담을 잔디와 해태의 이야기로 상쇄시킨다. 다만 홍랑, 윤동주 등 필수 작품들에 관한 챕터에서 시를 위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잔디와 해태의 온전한 이야기가 희석화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다.

   

***

 

청소년 마음 시툰’. 제목은 그러하지만 나는 이 책을 시가 두려운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한다. 나는 '청소년 마음 시툰'으로 시를 색다르게 읽어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시에 대한 두려움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한 '전모군.' 다른 독자들에게도 '청소년 마음시툰'이 '전모군'처럼 다가가 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를 색다르게 읽어볼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청소년 잔디의 고민은 어른인 나도 가진 고민이었기에 그녀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시를 느껴보고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도통 시라는 것이 무엇인지. 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삶의 아픔까지 해태와 잔디가 보듬어줄 테니 말이다.

바다가 푸른 이유는 고래를 위해서라고. 고래가 수평선 위로 솟구칠 때 있잖아. 그때 별을 보여 주기 위해 바다가 있는 거라고.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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