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것도 아니고 넓디 넓은 미국땅에서 자전거 하나 달랑들고 여행을 한 작가의 모습에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튼튼한 두 발로 땅을 디디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롤러 스케이트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떠도는 여행자들도 있다. 물론 이 책의 저자처럼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전거 예차론자들에게 자전거 여행은 무척이나 로맨틱하게 보일수 있겠지만 자전거를 잘 못타는 나에겐 눈앞에 고생길이 훤하게 보이는 듯 하다. 자전거와 내 몸이 혼연일체가 되어 바람을 가르고 숨을 고르며 푸르른 자연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떠오르다가도 오르막길이나 비포장 도로에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는 모습과 함께 쨍쨍 내리꽂히는 뜨거운 햇살이 떠오르니 괜히 내가 목이 마르고 숨이차다.

집 떠나면 고생길 이라지만 자전거 여행은, 게다가 미국땅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여행은 체력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웬만한 의지와 체력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일처럼 느껴진다. 이건 저녁 늦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게 아니지 않는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미국 땅에 자전거와 지도 한장 들고서 여행을 한다는건, 그것도 혼자서, 나를 시험하는 또 하나의 무대처럼 보인다.

처음 짐을 꾸릴땐 무게가 40kg 이 나와 더딘 출발을 한 그였지만 점점 짐이 줄어들고 그로인해 처음보단 가볍게 여행을 하는 그의 모습은 점차 여행에 익숙해져감을 알게해준다. 즐거운 일도 있고 힘든 일도 겪는 저자의 여행길을 보면서 참 힘들겠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참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꿈꾸어온 일이기에 그는 이 여행을 즐기면서 했겠구나 싶었으니까 말이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읽으면서 이게 바로 여행의 참맛이겠구나 싶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부녀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아버지와 딸이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행 그 자체도 좋겠지만 함께 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게되고 전보다 더 애틋하게 되는 계기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페달을 밟고 지나간 자리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알지못했던 미국의 또다른 모습과 역사를 알려준다. 단순히 페달을 밟고 완주하는 일에만 매달린게 아니라 풍경을 둘러볼줄 아는 여유로움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중시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게다가 책 속엔 알고싶었던 소소한 정보들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했다는 사실만 들어있던 책이라면 난 이 책을 읽고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건 여행자, 혹은 관광객의 눈으로 여행을 한게 아니라 이 지구에 사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미국이라는 사회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넌지시 툭툭 던져주는 그의 글은 담백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책 속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겪은 고단함과 힘겨움이 녹아있고 반대로 그로인해 얻은 깨달음과 생각의 변화도 들어있다. 기쁨과 행복도 들어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사연과 말을 대신 전달해해 주기도 한다. 또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느낌도 함께 들어있고 여행 한 곳의 모습을 한장의 사진에 담아 그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건 그의 힘든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여행에 간접적으로나마 동참한 나 또한 그가 느낀 기쁨을 아주 조금은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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