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주인공인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외교관인 부모님 때문에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며 살아가기 때문인지 두가지 언어가 같이 나오는 단락이 많았는데 원서를 봤으면 그 운율을 느낄수 있었겠구나 싶어 아쉬운 감이 들었다. 어린시절의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양한 주변 환경만큼이나 다채롭다.

특히 살아있는 인간은 남성과 여성, 이 두가지로만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단지 생식기의 차이에 따라 남자와 여자로 처음부터 규정되어 진다는걸 말이다. 그리고 남자는 남편이 되고 여자는 아내가 된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암컷도 되고 수컷도 되는 지렁이를 부러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사춘기도 되니 그동안 관심을 주지 않았던 자신의 신체에 놀라울 정도의 관심을 퍼붓고 수음이라는 즐거움을 찾게 된다. 어렸을땐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보기위해 거울을 보는 일은 없었지만 커 가면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풋사랑도 해보고 여드름에 신경도 써가며 자연스럽게 사춘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여자가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어렸을때 자신이 토끼로 변하는 꿈같은게 아니라 정말로 여자가 되는 현실이 닥친다.

만약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될까? 난 충격과 두려움속에 제정신이 아닐것이다.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수 없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의외로 쉽게 여성으로 변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인다. 새로운 성 에 대한 궁금증과 신기함이 그를 적응하게 만드는것 같다. 자아는 남성의 사고방식이지만 몸은 여성인 그녀에게 여자와 사귀는건 남들이 볼때 동성애이고, 남자와 사귀는건 남들이 볼땐 정상이지만 자기 자신이 생각할땐 동성애이다.

이렇게 조금은 우스운 상황이 펼쳐지지만 전혀 우습게 만드지 않는건 여성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심리가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했던 그의 섹스 이야기가 나중에는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 지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게 되길 바라게도 됐다. 하지만 강간 이라는 끔찍한 폭력을 당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다시 남성으로 돌아오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성"에 관한 이야기 이서인지 읽는 내내 조금은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너무도 솔직하고 세세하게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여준 책이어서 무척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강간이라는 것을 통해 다시 남성으로 돌아오게 한 작가의 의중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분명히 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쉽게 상상하지 못할, 쉽게 쓰지 못할 글 임에는 틀림이 없다. 너무도 급박하게 읽어서 한번 더 찬찬히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