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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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이되면 팍 늙어버린것 같은 기분이 들것 같고 안보이던 주름이 갑자기 파파박 눈에 확 띌 정도로 생길것 같기도 하다. 웬지 그 나이가 되면 정말로 젊은 청춘과는 안녕 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넘고 서른 한살이 된 은수에겐 20대와 30대의 차이는 그다지 없다. 어제의 내가 오늘로 이어지는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가 주변에 있으면 아주 당연한 듯이 그 이름 앞에 "노" 자를 붙여준다. 그리고는 노처녀를 그냥 두고보면 안된다는 사명감이 생기기라도 한듯 주위에 미혼인 총각이 있으면 어떻게든 어설픈 마담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은수 또한 어머니로 부터, 직장 상사로 부터 이런 소개팅 자리를 자주 받게된다. 처음에는 미팅 개념으로 즐겁게 나갔는데 나이가 먹다보니 진지하게 결혼을 염두해두는 "선" 개념으로 사람을 봐야하니 이거 정말 죽을 맛이다. 그런데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이 전 남자친구의 결혼과 함께 은수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자신이랑 헤어진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금방 결혼한다며 청첩장까지 보내온 무지막지한 전남친 때문에 기분이 착찹한 은수에게 친한 친구인 재인까지 결혼 선포를 하니 엎친데 덮친격인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연하남 태오와 직장 상사의 소개로 만난 평범하지만 안정된 김영수 사이에서 결혼을 갈팡질팡 하게 된다.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서 사는것도 괜찮아 보이지만 은수는 안정된 결혼을 하고 싶어한다. 그게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혼은 마음이 가거나 사랑을 느끼는 사람과 하는 것 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치를 생각해보면 은수가 누구랑 결혼해야 할지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결혼이 현실임을 알고있는 은수에게 태오와의 결혼은 불확실한 미래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반면에 마음이 많이 끌리진 않지만 결혼을 하게되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할수있겠다 싶은 김영수씨와의 결혼은 편안 미래가 눈에 보인다. 사랑하지만 결혼하기엔 불확실한 사람과 마음이 끌리진 않지만 결혼하기에 좋은 조건인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수 있을까?

어렸을 때 같으면 난 주저없이 전자의 경우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쉽게 말할수 없다. 나도 은수처럼 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냥 무작정 저지르기에는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조건을 모두 다 충족시켜 줄수 있는 남자가 나타난다면야 무척이나 기쁘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은수가 하는 고민은 아마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한번쯤은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아닐까 싶다. 당당한 생각과 말과는 달리 은수의 일과 사랑은 우유부단하고 조금은 비굴한 면도 없지 않아있다.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하지만 결혼에 있어서만큼 더더욱 갈팡질팡하다가 결론을 내렸지만 그 결론에 자신없어하는 은수를 보면서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도 들었고 답답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은수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신만의 일터를 개척하는 모습은 당당한 은수를 보는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마음이 놓였다. 물론 가슴아픈 상처를 견뎌야 했고 지금 이 상황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은수는 예전과는 또 다른 성숙된 오은수로 거듭나고 있다. 비록 조금 늦게 그 껍질을 깨고 일어난것 같아 보이지만 평생 그 껍질을 깨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 늦은것도 아닌듯 싶다. 확실히 그녀의 삶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앞으로의 그녀의 삶엔 당당하고 아름다운 달콤함이 깃들어 있을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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