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귀신 - 김시습과 금오신화 창비청소년문고 7
설흔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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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때 세종에게 불려가 칭찬을 듣고, 귀하게 키워 나라의 인재로 쓰려 한다는 말까지 들은 김시습은 앞으로의 인생이 탄탄대로 였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당연히 붙을 것이라 여겼고 동기들도 쉽게 붙었던 과거시험에 떨어져 마음고생을 한 데다,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임금이 된 데 대해 크게 분노하며 전국을 떠돌아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다 소설 '금오신화'를 짓게 되는데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 이 수록되어 있었다. 저자는 바로 이 금오신화의 이야기를 차용하고 김시습의 묘연했던 행적을 상상하며 글로 지었다. 산에서 칩거하는 동안 김시습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소설을 지을수가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재미난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김시습이라는 역사속 인물을 조금 삐딱하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재미 말이다.

 

'만복사저포기'에서 양생과 부처가 저포 놀이를 하지만 이 책에선 기억을 잃어버린 홍 과 김시습이 한다. 길에 쓰러져 기억을 잃어버린 홍은 김시습에게 저포 놀이를 제안하며 자신이 이기면 꿈에서 봤던 집을 같이 찾아달라 청한다. 그런데 옆집 여자 아이 상아는 이 게임에서 김시습이 필히 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김시습은 패하며 내키지 않지만 홍과 함께 집을 찾아나서게 된다. '용궁부연록'엔 한생이 꿈에서 용궁을 방문해 시를 짓고 노는 이야기인데, 이 책에선 김시습의 친구 이경준의 일화에서 보여진다. 이처럼 실존인물인 김시습과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가세하고 거기에 실화와 허구가 뒤섞인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건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만들기 전에 취한 이상한 행동 때문이었다. 김시습은 세조가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에 오른 걸 반대한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는데, 산에서 칩거하던 중간에 세조가 주최한 잔치에 참석했고 세조를 찬양하는 시를 짓는 등 그전의 모습과는 반대되는 행위를 했다. 그리고 사라진 뒤 금오신화를 세상에 내놨으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여러가지 가설을 세울수가 있다. 이 책은 그런 가설이 드러난, 재미있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처럼 김시습은 그렇게 술을 좋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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