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쌀리 - 열한 살 아프리카 소년의 가슴 찡한 가족 이야기
김란주 지음, 박윤희 그림 / 파란자전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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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열한살 소년 쌀리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었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완전한 혼자가 된다. 어느 누구도 이 어린 소년을 키우지 않았기에 쌀리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야 했다.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걸 이 작은 손으로 해내야 했는데 이런 경우가 비단 쌀리만의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슬프고 안타깝다. 쌀리처럼 일을 하는 아이들이 빅토리아 호숫가 주위에 많았는데, 이 아이들은 부잣집 거실에 걸린 액자 장식에 쓰이는 소라 껍데기를 주워 팔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일터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사연은 언제 들어도 기막히다.

 

그 날도 쌀리는 소라 껍데기를 줍고 있었는데, 하얀 얼굴의 무중구(외국인)가 자신의 사진을 찍는 모습에 순간 화가 나 돌멩이를 던지게 된다. 그리고는 "하나님이 아저씨만 먹고 살래요?" 라고 소리친다. 낯선 사람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 건 잘못이지만 그만큼 쌀리가 궁지에 몰려있고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다. 배가 너무 고파도 자신에게 옥수수 하나 건네주는 사람이 없고, 덜 익은 망고라도 먹고 싶어 나무 위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 어린 소년에겐 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과는 달리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은 외국인이 사진을 찍으니 그만 울컥한 것이다.

 

무중구의 눈엔 일하는 우간다 소년으로만 보일 것이다. 그 소년의 이름이 쌀리 라는 것과 고아라 혼자서 밥벌이를 하고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는 건 알지도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는다. 누구는 다른 나라에 가서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데, 누구는 쫄쫄 굶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참 야속하다. 작은 새도 보살핀다는 하나님에게 괜한 원망이 들었고 그 울분이 무중구에게 향한 것이다. 그런데 그 무중구가 쌀리를 찾아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쌀리의 외침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외면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왔다는 무중구 아저씨에 의해 쌀리는 난생 처음으로 좋은 집에서 배 굶지 않고 살게 될 행운이 왔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은 가족의 형태를 띄고 같이 살게 되지만 그게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평범하게 사업을 하는 인물에 불과했다. 어떤 사명을 가지고 우간다로 자원봉사를 하러 온게 아니었다. 그저 쌀리와의 만남을 통해 이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고 그렇게 함께 살게 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쌀리에게 먹을 것을 주고 학교를 다니게 해주지만, 어떤 약속은 해주지 못했다. 가족이 되어 평생 행복하게 살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게 아니니 쌀리 입장에선 조금 불안함을 느꼈다. 언제까지 아저씨가 주는 밥만 먹고 살 수는 없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 등이 쌀리를 안절부절하게 만들었다. 마토보 형 말대로 무중구만 믿고 있다간 다시 가난뱅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저씨에겐 한국에 진짜 가족이 있을테니까.

 

이런 쌀리의 외로움과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낯선 나라에서 어렵게 사업을 하고 있는 아저씨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온 아저씨가 무한정 사랑과 도움을 주는 천사같은 캐릭터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평범한 이 아저씨가 두려움 속에서도 한 아이가 내민 손을 잡으려 하는 그 모습이 좋았고, 외톨이인 아이가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동화같지 않아서 좋았다. 서로 실수도 하고 다른 문화를 배워가면서 가족이 된 쌀리와 무중구 아저씨를 보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라는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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