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날이에요? 반짝반짝 생각그림책
김은중 글, 정순임 그림 / 대교출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 개똥이네 집은 할머니, 아빠 엄마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해요. 쿵더쿵쿵더쿵 방아찧는 소리가 들려 가 보니 아빠가 물에 불린 수수와 찹쌀을 절구에 찧고 있었는데, 수수 위에 하얀 소금을 솔솔 뿌려 한번 더 찧네요. 할머니는 수수와 찹쌀을 체에 걸러내 바슬바슬 가루로 만들고, 엄마는 앙궁이에 불을 떼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수수가루와 찹쌀가루에 따끈따끈 물을 부어 주물럭주물럭 반죽하면 쫄깃쫄깃하게 빚을수 있어요. 동글동글 빚은 반죽이 예쁜 구슬같아서 구슬치기를 했더니 엄마가 꿀밤 한대를 콕 놓아요. 아빠는 예쁜 연을 만들어 색칠하고 있구요.

 

 

아직도 일이 안 끝났나 봐요. 탱글탱글 팥을 물에 넣어 펄펄 끓인 후 절구에 넣고 콩콩콩 찧어요. 그렇게 보슬보슬 팥고물이 되고, 아까 만든 반죽은 끓는 물에 넣어요. 그런 후 반죽을 조리로 건져 소쿠리에 담고 팥고물에 묻히면 수수팥떡이 완성되요. 요즘엔 떡을 떡집에서 간편하게 사 먹지만 예전엔 이렇게 집에서 해 먹었어요. 갓 만든 떡은 얼마나 쫄깃하고 맛있던지요. 하지만 맛있는 떡은 자주 해먹을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개똥이네도 특별한 날 때문에 수수팥떡을 한 모양인데, 궁금해하는 개똥이에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방싯방싯 웃기만 합니다.

 

 

할머니는 물에 불린 녹두를 맷돌에 넣고, 엄마는 손잡이를 스르륵스르륵 돌려요. 그러자 녹두가 사락사락 곱게 갈리어 나오네요. 맷돌도 요즘엔 거의 사라진 물건이지만, 예전엔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고 요긴하게 쓰였어요. 맷돌 가는게 처음엔 재밌어 보여서 "나도 할래~나도할래~"했다가 나중엔 힘들어 후회하곤 했었는데 다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녹두에 김치 송송, 고사리 숭덩숭덩 잘라 넣은 후 기름 두른 솥뚜껑에 지글지글 부으면 맛있는 빈대떡이 완성되지요. 그림만 봐도 군침이 도는데, 개똥이는 엄마 몰래 한 점 떼어먹네요. 수수팥떡과 빈대떡을 만드는 개똥이네는 과연 무슨 날일까요?

 

개똥이가 때때옷을 입고 연을 안고 있네요. 상에는 어제 한 수수팥떡과 빈대떡, 과일과 생선이 한가득 차려져 있어요. 한눈에 봐도 오늘의 주인공은 개똥이, 즉 생일이라는 걸 알수 있어요. 아마 어른들은 수수팥떡을 만드는 것을 본 순간 개똥이의 생일상 이라는 걸 알았을 거예요. 예전엔 아이의 돌상과 생일상에 수수팥떡이 올랐거든요. 옛날 사람들은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생각했고, 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수수팥떡을 먹였어요. 요즘 아이의 생일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가족들이 정성스레 음식을 만든 이 소박한 생일상이 더 근사하고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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