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 The Cli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해 집으로 돌아온 남편 한철민(장혁)은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경찰과 119 차량, 그리고 많은 주민들이 모여있는 걸 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마치 앞 일을 내다 본 듯, 이상한 예감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졌는데 이 소란의 진원지가 바로 자신의 집 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아내가 준비해 놓은 저녁 식사와 지금도 피가 뚝뚝 떨어질만큼 많은 양의 선혈이 묻은 침대였다.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도 않고 정신을 수습할 새도 없는 그에게 경찰은 아내를 살인한 용의자로 체포하겠다며 수갑을 채운다. 그렇게 한철민은 결혼 기념일 날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한철민이 용의자로 몰린 이유는 강제 침입 증거가 없고, 아내에게 원한을 품거나 나쁜 의도를 가진 주변인이 없고, 알리바이가 수상하고 집안 어디에서도 철민의 DNA가 나오지 않았고 목격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의심의 눈길이 가는게 당연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의 유죄를 입증하기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보였다. 일단 사체가 없기 때문에 정황증거에 의존할수밖에 없다는게 한철민에게 더 유리해 보였는데, 그렇다고 한철민 이외의 유력한 용의자가 없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요구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검찰이 취한 행동은 표적수사로 오인할 정도로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았다. 이 재판에 자존심을 건 검사 안민호(박희순)과 판사에게 잘 보이려는 상사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아내 살인범을 잡고자 하는 정의 그 이상의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했다.  

사건 브로커 장호원(성동일)에게서 한철민 사건을 의뢰 받은 변호사 강성희(하정우)는 패소가 확실해 보이는 이 사건에 흥미 자체가 없었다. 스타 연예인들의 사건을 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더 좋아하는 그에게 의뢰인이 범인으로 보이는 케이스에 굳이 시간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철민은 강성희 변호사만을 원했고, 이 사건의 검사가 전부터 갈등이 있었던 안민호 라는 것 등이 강성희를 움직이게 했다.  

의뢰인과 변호사로 처음 맞이하게 된 날 한철민은 강성희에게 자신이 무죄라는 걸 믿느냐고 묻는다. 그런 한철민에게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를 내도록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강성의. 그도 한철민이 완벽한 무죄라고 판단할수가 없었고, 변호사라는게 의뢰인이 유죄라 하더라도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도와주는게 임무이기 때문에 한철민을 무죄라 안 믿더라도 할수 잇는 일이었다.  

이 사건의 증거 중 가장 중요한건 아파트 CCTV 녹화 테이프 였다. 하지만 검찰의 증거 목록에도 빠져 있기에 강성희는 직접 가지러 가는데, 이미 경찰이 수거해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한철민이 아내를 죽였다고 판단되는 시간 전에 가져 갔다는 것이다. 아직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왜 경찰은 녹화 테이프를 가져갔고, 왜 증거물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정말로 한철민은 무죄이고, 어떤 함정에 빠진 것일까? 더구나 구치소에 수감된 한철민이 자살시도까지 하면서 강성희는 의로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게 된다.

 

이제 강성희 변호사 팀과 안민호 검사 팀간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함정 수사도 마다하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이젠 아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법정 공방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느낌인데, 증인을 구석으로 몰면서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이끌어내는 현란한 언변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배심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강성희의 최후 변론은 상당히 인상적 이었다. 이 모두가 아내의 사체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와 검사의 변론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표정하고 감정변화가 없던 한철민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변호하는 장면도 인상적 이었는데,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선 감정을 움직이는 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마지막 재판까지 끝나고 결과가 나왔지만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의외의 곳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서 끝난줄 알았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만약 그 증거를 찾지 못했더라면, 눈썰미 있지 않았더라면, 변호사가 강성희가 아니었더라면 마지막은 달라졌을 것이다. 한때 검사였던 강성희 였기에, 안민호 검사와 티격태격 했지만 그의 정의를 높이 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왜 한철민은 강성희 변호사를 그렇게 원했던 걸까? 자신이 무죄를 받도록 해줄거라고 믿어서일까, 아니면 강성희 변호사라면 그날 밤 있었던 진실을 결국 파헤칠거라고 믿어서일까? 아니면 그 두가지 일을 다 해줄거라고 한철민은 예상했던 것일까? 자꾸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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