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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존 - Dear Joh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제 막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연인에게 긴 시간동안 떨어져야 한다는 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준다. 사랑이 큰 만큼 헤어짐으로 인한 아픔도 곱절로 느끼기 마련인데, 그 기다림이 계속 연장이 된다면 이내 몸과 마음이 지쳐갈 것이다. 사랑하면 매일 보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고 모든 일상을 같이 누리고 싶게 마련인데 그걸 하지 못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군인인 존(채닝 테이텀)은 2주간의 휴가를 집에서 보내던 중 바닷가를 찾은 여대생 사바나(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처음 만나게 된다.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놀던 사바나는 가방을 바닷물에 빠뜨리게 되고, 어쩔줄 몰라하는 그녀를 위해 존은 망설임없이 바닷물로 뛰어들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2주라는 한정되고 짧은 시간 동안 둘은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아가는데, 특히 아버지와 소원한 존에게 사만다의 존재는 부자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온종일 수집한 동전을 닦고 있는 아버지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집 이라는 것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는데 사만다는 존의 아버지와 친해지려 하고 기꺼이 다가선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예쁜데, 집 없는 이들을 위해 봉사까지 하고 있는 모습은 그녀에게 더 빠져들게 만든다. 이렇게 예쁘고 착한 여자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존에겐 큰 행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사랑에 깨어나기도 전에 둘은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부대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정기간만 복무하면 다시 만날수 있기에 두 사람은 애틋한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9.11 테러로 존의 복무기간이 늘어나면서 기약없는 기다림은 사바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동료들 모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 복무 연장을 하는 상황에, 존 혼자만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 할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존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바나에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정한 결정은 아무리 사랑이 크다고 해도 좀 충격저거 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나라 상황이 그렇다고는 하나, 전역날짜만 손꼽아 기다리는 여자에게 몇년을 더 참으라 하는 건 가혹한 처사 같기도 하다. 2주동안의 행복한 추억만으로 그 오랜 세월을 견디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였을까? 사바나는 자신이 곧 결혼한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존 과의 사랑을 끝내려 한다. 힘든 훈련을 받아도 사바나의 편지가 있기에 이겨낼수 있었던 존에겐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과 배신감 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바나와의 첫 만남 후 7년 동안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존은 전역 후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바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결혼한 상대가 자폐아 아들을 둔 남자라는 걸 알게 된다. 존과 안면이 있던 그가 사바나의 결혼한 사람일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또 한번의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 또한 존을 사랑함에도 다른 남자와 결혼한 사바나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존을 그리워하는 시간 대신 상처입은 남자와 자폐아 아들을 돌보면서 잊으려 한 것일까? 아무리 그녀가 평소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착하다 하더라도 연민으로 결혼을 결심한게 의아스러웠다. 차라리 존을 잊었더라면, 그 남자를 사랑했더라면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7년간의 시간은 그리움과 아픔이었다. 그 시간이 두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인고의 세월이었을수도 있는데, 특히 존은 자폐 성향을 가진 아버지를 이해하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아버지가 동전에 그렇게 집착했던 이유를 떠올리면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끄집어냈고, 그 동전에서 아버지와 자신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을 떠난 사바나에 대한 미움보다 더 큰 그리움과 사랑이 있었다는것도 알게 됐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간대도 그녀를 결코 잊지 못할거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의 첫 만남과 2주라는 시간동안의 사랑과 7년후의 재회후 나누게 된 사랑은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