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Hous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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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세트와 2D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의 이 영화는 현대인들에게 의미하는 집과 전통을 한데 버무린 작품이다. 이제 우리에게 집은 비바람 막아주고 내 몸을 누울수 있는 보금자리 라는 의미 외에 '집값'이라 불리우는 재산적 가치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것 같다. 억 소리 나게 만드는 서울 집값은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대체 집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거실에서 한강이 내다보이면 '전망이 좋다'라는 감상과 더불어 '집 가격이 엄청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런 집을 '좋은 집' 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싼 집 보다는 집값 걱정 없이 살수 있는 집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관계없이 집 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그에 따라 집 없는 설움을 당하는 서민들의 한숨과 눈물은 끊기질 않는다.  

펀드의 실패로 모든 돈을 다 날린 가영은 할수없이 친구 희주의 옥탑방에 묵기로 한다. 그렇게 희망상가로 오게 된 가영은 열악한 옥탑방의 환경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희주는 편히 쉴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 비록 이 옥탑방의 집주인은 따로 있지만 진짜 자신의 집처럼 사랑하는 희주를 가영은 도통 이해할수가 없다. 눈을 들면 건너편에 즐비한 고급 아파트가 보이는데, 그걸 보고 있으니 옥탑방이 더 초라해 보인다. 특히 그 아파트에 과외자리를 얻었는데, 좋은 전망과 큰 집과 멋진 인테리어가 집 없는 자신과 비교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곳에 사는 가족은 100평도 안되다며, 뭐가 크냐고 반문한다.  

집의 극과 극을 보게 된 가영은 역시 돈이 최고라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더 되새기게 된다. 돈만 있으면 으리으리한 집에서 아무 걱정없이 살수 있을텐데, 지금 자신은 꾀죄죄한 옥탑방에서(그것도 친구의 집)에서 사니 얼마나 초라해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옥탑방 에서도 쫒겨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희망상가를 헐고 재개발 하려는 강만파로 인해 이사갈 준비를 해야 했떤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발품을 팔아봤자 가진 돈으로는 반지하가 최선이었으니 시름은 더더욱 깊어지게 된다.  

  

하지만 거주민들 외에도 재개발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이들이 있었으니, 요상한 외모의 집神이 그들이었다.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집에서 같이 살면서, 집주인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집神들은 집과 같은 운명체 였다. 그래서 집이 없어지면 그들의 운명도 끝날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도둑고양이의 방울 목걸이를 차게 되면서 집神을 보게 된 가영은, 로또를 당첨되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집神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려고 한다. 308호의 집神이 아프게 되자 방울 목걸이의 주인인 도둑고양이를 찾는게 조건이었는데 이 고양이가 바로 지神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神 이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집神들에게 곧 죽는다는 통보만 하게 된다. 사람들이 집을 부수는 걸 막을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집 뿐 아니라 모든 장소와 물건에 神이 있다는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건 미신으로 치부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에 마음을 쓰지 않게 됐다. 가영이 또한 방울목걸이가 아니었다면 집神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영이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엔 분명 집神이 있었다. 부모님을 따라 어쩔수없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잊어버렸던 집에 대한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생각났다고 해도 가영이가 할수 있는 일은 없었다.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믿는 사람도 없을 테고, 설령 집神이 있다는걸 믿어도 낡고 오래된 집을 부수는덴 어떤 방해도 되지 않을테니 말이다.  

오늘도 뉴스란엔 어디어디 전세값이 어쨌다더라 하는 기사가 어김없이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좀 더 나은 환경과 편한 집에서 살길 바라지만, 모두 다 몇십억짜리 고급 집에서 살길 바라는건 아니다. 재개발과 뉴타운 건설을 반대하는건 아니지만 원주민이 비싼 집값 때문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결국 집에서 쫒겨나는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영화를 보고 "집엔 집신이 있으니 함부로 헐지 말아주세요~"라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한번 더 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우리에게 집 이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게 해주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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