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 - If You Were Me 5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빨 두개]  

드라마 속 중,고등학생들의 모습과는 달리 진짜 현실속의 10대 학생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나와서, 영화가 아닌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요즘 남학생들이 으레 그렇듯이 하는 말 마다 욕이 들어가 있고, 괜한 장난을 치고 화해하는 그 모습이 어쩜 이렇게도 리얼한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모습 뿐 아니라 선생님, 부모님들까지 배우가 연기를 하는게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가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다.

중학생 준영은 친구에게 장난을 치며 복도로 도망을 가다가 한 여학생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그만 이 두개가 나간다. 준영이 엄마로서는 아들의 잘못도 있긴 하지만, 평생 가짜 이를 해 넣은채 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여간 속상한게 아니다. 학교에서 치료비는 부담은 해주지만 임플란트비는 지원해주지 않는다니 당연히 여학생의 어머니에게 다는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받을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선생님의 중재로 만나게 된 양측 어머니인데, 그 과정에서 영옥의 가족이 탈북자라는걸 알게 된다. 뉴스에서만 봤던 탈북자를 직접 만난게 신기하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받을건 받아야 겠다는 생각에 영옥의 어머니에게 50만원만 보상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영옥이네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고, 영옥이 엄마는 목숨을 걸고 이 땅에 왔는데 가수가 된다며 방황하는 아들도, 사고를 친 딸 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엄마가 돈을 달라고 한 줄은 꿈에도 모르는 준영은 자신보다 나이는 많지만 영옥과 친구가 됐는데 주변에서 북한 애랑 연애한다면 놀려 그마저도 조심스럽다. 그러다 영옥이 학교를 나오지 않아 신경이 쓰였는데, 영옥은 그 시간에 50만원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된다. 영옥이 건네준 돈을 받아 든 준영의 마음은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이 짧은 이야기는 어떤 결론을 내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남한과 북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지만 융화되기 어려운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낼 뿐이다. 얼마전에도 탈북자들이 이 땅을 밟게 됐고, 그렇게 북한 사람들이 정착하는 숫자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들을 뉴스에서만 보는 신기한 사람들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탈북자들만 따로 사는 동네도 없는데, 왜 우리는 그들과 같이 산다고 여기지 않는걸까? 가만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니마]   

몽골인 니마는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왔고 모텔 청소일을 하고 있다. 단속이 뜨면 숨어야 하는 그녀에게 대화할수 있는 사람은 빨래를 수거해가는 한국인 남자와 매니저 뿐이다. 그런 니마에게 한국인 정은이 새로운 파트너로 오게 된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정은은 한국 말 좀 한다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니마가 귀찮아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처음으로 한국인과 일하게 된 정은의 일을 도와주고 싶어한다. 신나게 놀고 간 손님들의 흔적을 치우는 그녀들은 아무 말 없이 각자 청소를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비록 인종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엄마이자 여자이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힘들고 누구 하나 존중해 주지 않는 일을 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백문백답]  

희주는 상사인 성규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혼자 그 아픔을 견뎌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날 일을 단순한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가볍게 여기는 성규에게 화가 난 희주는 경찰에 신고하게 되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심문하는 경찰의 태도에 또 한번의 상처를 입게 된다. 평소 친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CCTV와 그 날 밤 함께 사무실에 들어가는 장면은 경찰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그런게 아니냐는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모욕적인 말도 듣게 된다. 그러니까 아예 처음부터 의도적인 접근을 했다는 것인데, 희주의 재정 상태까지 들먹이며 벼랑끝으로 몰게 된다.  

경찰의 힐난과 오히려 큰소리 치는 성규, 그리고 희주를 꽃뱀으로 몰고가며 뒷담화를 하는 직원들의 틈바구니에서 희주는 철저한 혼자가 되어간다. 성폭행을 당했을 때의 옷을 증거물로 보관은 했지만, 그것을 경찰에 내지도 못한 채 그저 모든것을 포기하고 잊으려는 희주를 보면서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현실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경찰의 취조 방식이 소름끼칠 정도였는데, 희주가 이런 일을 당한게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어서 라는 둥, 평소 나이트 클럽에 자주 가느냐 하는 질문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바나나 쉐이크]   

다섯편의 이야기 중 그나마 가장 재미있는 내용인것 같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봉주와 필리핀 노동자 알빈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지내는 사이인데, 봉주가 이사하는 집의 목걸이를 탐내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없이 사는 봉주에게 한순간의 탐욕은 도둑질로 이어졌는데 당연히 주인집의 항의로 인해 회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주인집 여자는 외국인 노동자인 알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씌우고 동료들마저 알빈을 용의자로 몬다. 한국인 동료들보다 더 약자인 위치에 있는 알빈으로서는 가슴 아프지만 어쩌지 못하는 편견에 희생됐다고 여기는 찰나, 의외의 반전이 벌어진다. 그 이야기는 영화를 보시면 알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봉주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보라카이 휴양지가 바로 알빈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외국의 관광지는 푸른 바다와 하늘, 여유로운 시간,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연주로 가득찬 휴양지 겠지만 그 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겐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왜 그렇게 아름다운 고향을 놔두고 한국으로 왔냐는 봉주에게 알빈은 "돈 벌러 왔지"라고 한다. 그래, 돈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일하고 도둑질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진실을 위하여] 

임신 중인 보정과 인권은 나들이를 갔다가 극심한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된다. 청소일을 하는 친정엄마는 급히 병원으로 오게 되고, 인권은 어머니에게 드릴 자신들의 전재산 300만원을 건네 주려고 하는데 그만 병원 휴게실에서 도둑맞고 만다. 부주의로 인해 가방을 잃어버렸지만 CCTV가 있어 안심했던 그들에게,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소식은 큰 충격일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는 병원의 태도와, 아픈 아내의 호출을 즉시 알아채지 못해 결국 유산시킨 일은 이 부부를 너무 힘들게 했다. 돈도 돈이지만 무시하고 거만한 병원의 태도에 화가난 보정은 인터넷에 글까지 쓰지만 오히려 병원의 협박은 사라지지 않고,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까지 받게 된다. 최소한의 사과만을 원했던 부부에게 지난 며칠간의 시간은 잊고 싶을만큼 끔찍했을 것 같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와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속닥속닥 퍼지는 공간에선 누구나 피해자가 될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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