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넘쳐나는 액션 영화일거라고 예상했는데, 이건 순도 100%의 코미디 장르였다. 헬멧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어 함부로 벗을수도 없고, 용의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 폭발할수 있기 때문에 시간 내에 폭탄을 배달해야 하는 설정은 긴박감을 요하지만 웃긴 장면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스릴보다는 웃음만 터져 나오게 만든다. 당사자로서는 죽을 맛이겠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있는 해프닝 때문에 자꾸 웃게 되니 제작비가 유독 많이 든 코미디 영화라는 평을 내리게 만든다. 이미《해운대》에서 호흡을 맞춘바 있는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이 출연하고 맛깔나게 연기하는 조연 배우들이 합세하니 올 여름 극장가를 웃음짓게 만드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민기는 사투리로 연기하는게 더 편했을 법 한데, 이 영화에선 조금은 이상한(?) 사투리라 처음엔 많이 웃었다. "이게 뭐지?"라는 대사였던것 같은데 굉장히 어색해서 극장안이 웃음바다가 됐었는데, 본인은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몇년 산 부산 남자의 사투리라는 설정으로 연기했다고 한다. 왠지 엉뚱하면서도 귀엽다.
이민기가 연기한 기수는 퀵 서비스맨 인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소싯적에 폭주족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린 셈인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이라 찾는 고객들이 많았다. 그 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물건을 안전하게 배달하고 건물을 나서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기수는 자신이 배달한 물건 때문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그저 큰일 날뻔했다고만 생각했다. 경찰서에서도 기수가 폭발물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지 않아서 그저 목격자로서의 증언 몇가지만 듣고 돌려보냈다. 기수도 운수나쁜 하루 였다고만 생각했는데,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님이 곧 밝혀지게 된다.
사고가 나자마자 곧바로 일을 하게 됐는데 이번엔 물건이 아니라 아이돌 가수 아롬을 공연장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롬이 바로 전 여자친구 였던 순심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놀라기도 전에 이상한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오토바이에 있던 헬멧엔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만약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폭발시켜 버리겠다는 협박전화였다. 이 황당무계한 요구와 음성변조 목소리 때문에 이상한 사람의 장난전화라고 여겼는데, 자신의 것과 똑같은 헬멧이 터지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장난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다. 더구나 아롬은 이미 헬멧을 머리에 썼으니,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명령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지시하는 장소에 폭탄물이 담긴 상자를 배달하게 되는데, 당연히 경찰의 눈에 띄게 된다.
도심 한복판에 폭탄이 터지는 것도 한번 있을까 말까한 사건인데, 연쇄적으로 터지는데다 그때마다 CCTV엔 기수와 헬멧을 쓴 아롬이 나타나니 경찰들로선 당연히 이들을 쫒을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한때 폭주족 이었다가 지금은 교통 경찰이 된 명식은 사랑의 라이벌 이었던 기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아롬을 구출하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몸개그만 선사하게 된다. 의문의 남자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경찰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기수와 아롬의 행보가 점점 더 흥미진진해 진다.
무엇보다 강예원의 코믹 연기가 절정인데,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인지라 아이돌 가수로서의 체면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고 헬멧 때문에 샤워 한번 시원하게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게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화면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게 여배우 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강예원은 정말 예쁜 척, 연약한 척을 하지 않는다. 가끔 쫒기는 역할임에도 완벽한 화장으로 무장한 여배우들이 있는데, 강예원씨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저런 표정이 나가도 좋을까 싶을만큼 온 몸을 던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그리고 영화 크레딧에서 스턴트맨들의 활약상이 나와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분들이 있기에 멋진 액션 장면을 편하게 볼수있고 영화가 더 재미있어 진것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