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리석은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명분없는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그 자신은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그만큼 양국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죄없는 사람들만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건 과거의 잘못된 점을 교훈삼아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그들에겐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이나 현재의 이라크 전쟁이나 어쩜 이리도 닮은 점이 많은건지 신기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십자군 정쟁에 대해선 대략적인 이야기만 알았지 자세한건 파고들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면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림이 곁들여졌기 때문인지 술술 읽혔고, 자칫 무거워질수 있는 부분은 조금 썰렁한(?) 유머로 분위기를 변화시켰다. 그래서 재밌게 읽을수 있었는데 현재의 국제정세와 비교해주기 때문에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것도 같다. 그저 옛날 옛적에 벌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걸 깨닫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국민을 선동하는 언론, 명분없는 전쟁, 약탈과 참혹한 전쟁의 피해상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현재 세계의 공공의 적은 아마도 이슬람교 가 아닐까 싶다. 특히 9.11 테러로 과격한 이미지가 부각되고 평화를 깨뜨리는 사람들로 인식이 되었는데 알고보면 그들의 종교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칼이냐, 코란이냐" 라는 말이 대표적인 이미지인데 이것 또한 오해로, 아랍인들은 처음엔 다른 민족을 개종시키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로마를 비롯한 국가들이 전쟁에 승리하면 끔찍한 짓을 많이 저질렀는데, 그에 비하면 무슬림들은 종교를 강제로 바꾸지도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으니 오히려 하층민들은 이들을 적대감없이 받아들이기도 했단다. 그러고보면 한번 만들어진 편견은 천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또 무슬림과 기독교도가 싸우게 된 것도 '신의 평화'라는 이름하에 벌어진 것으로, 전쟁을 즐기는 기사들에게 밖으로 나가 이교도들과 싸우는건 경건한 일이니 자국내에서 농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이슬람교와 싸워라 라는게 시작이었다. 그 전까지는 사이가 좋았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소위 높으신 분들의 전략으로 싸우게 됐고, 결국 지금까지 앙숙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니 한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자 피에르 라는 사람이 나타나 이슬람의 압제에 시달리는 예루살렘 주민들을 해방시키자는 전쟁을 할 것을 주장했고, 교황의 은밀한 계획아래 십자군 원정대가 발촉하게 된다. 이 전쟁에 참여하면 모든 죄가 사면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이들로 인해 벌어지게 된다. 예루살렘이 어딘지도 모른채 무작정 떠났다고 하니 이들의 무지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반증한다. 그러니 '예루살렘을 구하자'라는 초기의 목적도 잊은 채 약탈과 살인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이들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은 1천년에 걸친 유대인 탄압 역사의 시작이었고 서유럽의 반유대주의의 효시였다. 지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을 탄압하고 학살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한번 폭력의 맛에 길들인 사람들은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들이 가는 곳마다 시체들이 늘어나게 됐다. 그에 대한 댓가로 그들 또한 반격을 받게 되고 많은 피해를 입게 됐는데,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다시 칼을 내미는 행태를 보고있자니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했구나 싶었다. 이렇게 그림과 글로만 읽어도 끔찍한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다른 문화를 탄압하는 일이 마치 신의 계시라 믿었던 무지한 사람들이 벌인 잔혹한 전쟁. 이런 끔찍한 전쟁이 다른 형태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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