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 Green Lanter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DC코믹스 최고의 인기 캐릭터라는데 실사판은 영 재미가 없었다. 초록색 쫄쫄이 의상에 눈을 가리는 마스크는 멋있다는 생각 대신 '입은 사람은 얼마나 부끄러울까' 싶었고 반지에서 초록빛이 나와 상상한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모습은 그나마 나았지만 전반적으로 애들 영화 같아서 실망스러웠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여느 히어로물 영화와 같아서 관심이 덜했고, 커플 이야기는 조금만 나왔으면 하는 바램까지 들 정도였다. 남녀 주인공이 선남선녀라 눈이 즐거워야 할텐데, 워낙 재미가 없어서 그마저도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화면 가득한 초록색 향연이 그렇게도 촌스러울수가 없었다. 후속편이 기다려지지 않는 영화도 참 오랜만인것 같다.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즈)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뛰어난 파일럿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워낙 모험심이 강한데다 승부욕까지 있어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 날 사고를 치고 만다. 비행기를 폭파시키고 계약까지 불발됐으니 회사로서는 해고뿐 아니라 막대한 피해금액도 일부 보상하라고 할 만 한데, 항공사 부사장인 캐롤(블레이크 라이블리)과 친구인데다 사장과도 친하니 비행기를 당분간 몰지 못한다는 징계만 받을 뿐이다. 할에겐 해고보다 더 한 징계일 테지만, 아무튼 일반 파일럿 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처분이다. 더구나 잘난 놈은 뭘해도 잘난 법인지, 할이 사고친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항공사도 계약을 다시 따내며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잘생긴 외모에 예쁜 캐롤의 마음도 가지고 최고의 파일럿 실력도 가진데다 실수마저 성공의 계기가 되어주니 이만하면 완벽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운명은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영웅 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해준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우주를 지키는 그린랜턴의 전사가 되어 영웅으로 거듭나니 이게 웬 굴러온 복인지 모르겠다.  

영웅이 있으면 무찔러야 할 악당도 있는 법. 할이 그린랜턴 전사가 되어 처치해야 할 악당은 패럴랙스로 타인의 두려움을 이용해 힘을 키우는 자 이다. 오래 전 최고의 전사 아빈 수르에 의해 빈 행성에 갇히게 됐는데 왜 그때 완전히 죽이지 않은건지, 그럴수 없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시자 하나 없이 패럴랙스를 혼자 두는건 언제든 탈출할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었다. 그냥 죽이면 그린랜턴 전사들이 할 일이 없어져서 그랬던걸까? 아무튼 어찌됐건 목숨은 부지하게 된 패럴랙스는 행성에 불시착한 이들의 두려움을 이용해 너무도 쉽게 탈출했고, 자신을 가둔 아빈 수르에게 복수를 하며 다시금 우주재패의 꿈을 꾸게 된다.  최고의 랜턴 전사였던 아빈 수르가 패럴랙스의 공격 한방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며 죽음을 맞이하는데, 죽기 직전 반지가 그린랜턴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을 지목하게 됐고 그렇게 할은 난데없이 우주에 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몸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반지의 힘을 얻었다 한들 난생처음 전사 훈련을 받게 됐으니 잘 될 턱이 없었다. 그런 할의 모습에 시네스트로는 탐탁치 않아 하며 그린랜턴 전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할 또한 자신은 할수 없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린 랜턴 전사들이 반지의 힘을 이용할수 있는 건 의지력 때문이었는데, 의지력이 강하고 두려움이 없어야 더 큰 파워를 낼수가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아무리 상상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적과 싸워서 이길수 있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의지이기 때문에 이 감정을 다스리는게 중요했는데 할 에겐 쉬운일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강한 척 했지만 어린 시절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가슴 한켠에 두려움을 심어주었고 이를 극복하는게 문제였다. 이 두려움을 패럴랙스는 가장 잘 이용했기 때문에 최고의 전사가 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했다. 그저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느냐, 우주의 영웅이 되느냐는 오로지 그의 손에 달려있다. 

그런데 할 조던이 싸워야 할 상대는 패럴랙스만이 아니었다. 할과 캐롤과 친구인 헥터 해몬드는 뛰어난 머리를 바탕으로 혼자 우주 생물학을 연구하는 교수였는데, 정부에 의해 아빈 수르의 부검을 맡게 되면서 외계 에너지에 감염되고 만다. 똑같이 아빈수르를 만났음에도 할은 반지의 선택을 받은 반면 헥터는 패럴랙스의 에너지에 감연되고 마니 운명은 참으로 얄궃다. 무엇보다 헥터는 캐롤을 흠모하고 완벽한 할을 부러움과 질투심의 눈으로 바라봤는데 이젠 악당까지 되고 만다. 언제나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로 주눅들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캐롤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그가 타인의 두려움을 이용해 힘을 얻게 되자 당연히 비뚤어진 방향으로 힘을 쓰게 됐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치고 사랑받지 못한 헥터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 안타까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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