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칸 - My Name Is Kh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9.11 테러가 발생한지 십년이 훌쩍 넘었지만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미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얼마전 9.11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소식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마치 정의를 심판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겠지만,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상이 더 평화로워졌는가를 생각하면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빈 라덴 추종자들을 자극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데, 언제쯤이면 종교와 인종에 대한 미움과 테러가 사라질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9.11 테러는 상상하지도 못한 끔찍한 재앙이었기에 많은 이들에게 극한의 공황 상태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그 혼란은 용의자들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이슬람에 대한 과격한 비난과 폭력으로 번지게 됐다. 이슬람교가 아니더라도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면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미래의 테러범'으로 간주됐다. 특정 종교와 피부색에 대한 맹목적인 분노는 위험수위까지 다다르게 됐는데, 결국 죄없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인종차별을 최악의 범죄로 여기는 미국이지만 이슬람교도에 대한 차별은 허용한것 처럼 느껴져 무섭고 소름끼쳤다. 미국인들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 화살을 죄 없는 이들에게 돌리는건 막았어야 했다.  

"My name is khan and i'm not a terrorist."로 시작하는 영화는 자폐증을 걷고 있는 인도 사람 리즈완 칸이 미국대통령을 만나려고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왜 그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서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리즈완 칸을 연기한 샤룩 칸은 인도의 슈퍼스타인데, '칸'이라는 이름이 무슬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공항 검색대에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기사를 찾아보니 몇년 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 샤륙 칸이 미국을 방문한 목적이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 했다. 영화 속에서 칸이 검색을 받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게 실제로 벌어졌다고 하니 배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테러공포와 강화된 검색으로 인해 중동사람들과 짙은 피부색을 지닌 여행객들, 특정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하는게 어려워 졌다. 아무래도 색안경을 끼고 볼테고, 날카로워진 신경은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상황을 낳았으니 조금만 수상한 행동을 해도 곧장 경찰에 의해 끌려가 검사를 받는다. 여자들은 히잡을 쓰고 다니는걸 두려워 했고, 남자들은 하루에 정해진 기도 시간을 갖기가 힘들어졌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일이 많이 힘들어진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리즈완 칸이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어머니와 함께 살던 인도에서도 종교에 대한 다툼을 겪었는데, 그때 어머니는 세상엔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으로만 나뉘는 거라며 종교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귀한 가르침을 주었다. 얼마나 현명한 말씀인가. 인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종교를 앞세워 악행을 저지르는 일이 많았고 수없이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지만 그 아픔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 무지한 인간들은 21세기가 된 지금에서도 종교를 앞세워 옳은 일을 한다고 자위하지만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어느 종교에서도 싸움하고 미워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는걸 정말 모르는 걸까.  

이혼의 아픔을 가진 싱글맘 만디라와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데 둘의 종교는 문제되지 않았다. 힌두교도인 만디라와와 이슬람교도인 형의 결혼이 못마땅한 동생은 다시는 형을 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가장 힘든 순간에 힘이 되어주는건 가족이다. 사랑 앞에선 종교의 다름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움이 가득한 이들에겐 다른 종교와 피부색은 폭력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만디라의 아들 사미르가 어처구니 없는 폭행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비극은 단지 이들만의 특수한 사건이었을까? 사미르의 가장 친한 친구가 아버지의 죽음(아프가니스탄에 취재하러 갔다가)으로 그 원망을 사미르에게 분출한것도, 새아버지의 '칸'이라는 성과 이슬람교도 라는 것도 죽음의 이유가 되어야만 했을까. 사미르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었지만 불행한 죽음을 맞았고, 만디라는 사랑하는 남편이 이슬람교도 라는 것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고, 칸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으며 만디라의 곁을 떠나야만 했다.  

이 모든게 9월 11일 그날 아침에 일어난 사건의 여파였다. 그 날 이후로 세계는 변했고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은 점점 늘어나고만 있다. 이런 희생과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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