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 127 Hou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론 랠스톤이 겪은 감동적인 실화는 대니 보일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과 제임스 프랭코의 원맨쇼로 잊지 못할 작품으로 탄생했다. 보는 내내 입이 타 들어가고, 체험하지 않고는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큰 고통을 겪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가 겪지 않아도 되는 일 임에 안심하고 감사하게 됐다. 그리고 끔찍하지만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을 치룬 그의 용기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은 불가능한 일에 닥쳤을 땐 가끔 예쌍치도 못한 초인적인 힘을 낼 때가 있는데 주인공 아론이 그러했다. 만약 그가 바위에 손이 끼지 않았다면 자신의 팔을 자르는 자르는건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었을테고 미친 짓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릴순 없었기에 그는 미친짓을 감행했다. 푸른 색깔로 변하는 팔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르며 기절하지 않기위해 애쓰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는데, 그런 용기가 있었기에 아론은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는 기회를 얻을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캠핑을 하며 아침 해가 뜨는 장면을 봤던 기억은 그에게 여행을 취미 이상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도를 펼쳐 들며 '이번 주말은 어디를 누빌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아론이 찾은 곳은 눈 감고도 지리를 파악할수 있는 그랜드 캐년으로 여행책에 나와있는 것 보다 시간을 단축하는게 목표였다. 아침에 짐을 챙길 때 시간에 쫒겨 스위스칼을 놓고 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전거와 물, 로프와 칼(사은품으로 딸려온 중국제 칼)과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문제될게 없었다. 설렘과 흥분을 안고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며 그는 이번에도 멋진 등반이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놓고온 스위스칼이 꼭 필요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니, 이런걸 보면 참 얄궃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두가 앞일을 예측할수 없기 때문인데 아론 처럼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면 더욱 더 놓쳐버린 상황들에 미련을 갖게 된다. 스위스제 칼을 미리 챙겨놨더라면,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더라면, 친구에게 행선지를 알렸더라면, 차 속에 있는 음료수를 가방에 넣었더라면 등등 말이다. 길을 잃은 두 여성에게 환상적인 장소를 제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때만 해도 몇시간 뒤에 바위에 손이 끼는 사고가 일어날줄 몰랐다. 처음엔 꿈 같은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500ml 물병엔 반 조금 넘게 물이 남아있고, 칼로 돌을 쪼개거나 로프를 이용해 바위를 움직일수 있을거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바위를 혼자서 움직일수 없다는걸 깨닫게 되고 광활한 그랜드 캐년 깊숙한 곳에 떨어져있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는것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이제 바라는건 기적이 일어나는 것 뿐이다.  
 


 

아론은 평소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죽음이 가까이 온 상황이 되서야 되돌아보게 된다.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표현을 하지 못했고, 곧 결혼하는 여동생이 같이 축가 연주를 하자는 부탁에 대답도 안 했고,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온걸 후회한다.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줬던 일과 어린 시절의 추억 등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캠코더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남기게 된다.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일종의 유언을 남기는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갈증과 허기와 싸우고 추위와 공포에 사로잡힌 아론은 점점 신경이 예민해져 가는데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상상은 그를 계속 괴롭힌다. 많은 비가 쏟아져내려 바위에 깔린 팔을 뺄수 있게 되어 탈출하는 상상은 영화에서 압권적인 장면인데, 그게 상상임을 알게됐을땐 관객인 나 조차도 엄청난 실망을 하게 만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이제 아론은 한계에 와 있다.물이 다 떨어져 오줌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그를 괴롭혔고 뭉툭한 중국제 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데 실망했다. 평소엔 따뜻한 햇살의 고마움을 몰랐지만 이젠 아침마다 18분간 내리쬐는 햇살에 샤워를 하며 추위를 녹였다. 처음의 활기찬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초췌하게 변한 그는 서있기조차 힘들어 보였는데, 마지막 힘을 짜내어 한 결정이 바로 자신의 팔을 자르는 것이었다. 한계의 끝 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죽느냐, 아니면 팔을 잘라 탈출하느냐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아있었다. 아론은 후자를 선택했고 결국 해냈다. 바위에 낀 잘린 손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 잊지 않고 그는 지옥같았던 그 곳을 탈출하게 됐다. 온갖 부유물이 떠 있는 흙탕물을 기뻐하며 마셨고 뜨거운 태양을 온 몸으로 느꼈고 희망을 봤다. 내 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아론을 보며 불행한 사고가 생긴걸 안타까워 하고, 그가 그 순간에 그곳에 있었다는데 유감을 표할지 모른다. 그의 없어진 오른 손을 보며 불쌍하다고 여기며 운이 나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 말대로 아론은 분명 몸의 일부는 잃었을지 모르지만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실제 모습을 보면 이 사고를 통해 얻은게 더 많았다는것을 알수 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게 됐고 순간순간 삶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아마 그때 포기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아내와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여전히 등반을 즐기고 있는데 전과 다른 점은 반드시 행선지를 알린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가 참 강한 사람이라는걸 알게 됐다. 아론 랠스톤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걸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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