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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 Shanghai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블록버스터 냄새를 솔솔 풍기는 포스터와 홍보문구가 무색해지는 영화이다. 상하이를 본뜬 거대한 세트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지, '진주만 공격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거대한 음모를 다룬건' 아니다. 그저 미국인,중국인,일본인이 등장할 뿐이다.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보는 재미는 분명 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좀 의아했고,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했을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공리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택했고, 영화 속 그녀의 아름답고 오묘한 매력이 잘 나왔기에 이 정도면 괜찮게 봤지 싶다.
폴(존 쿠삭)은 친구 코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자 신분으로 상하이로 왔는데 그 과정에서 묘한 매력의 여인 애나(공리)를 만나게 된다. 애나의 남편(앤소니)은 삼합회 보스로 일본 장교 다나카(와타나베 켄)가 지시하는 더러운 일을 처리함으로써 세력을 보장받는 인물이다. 일본의 앞잡이 역할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부인 애나는 몰래 저항군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은밀한 비밀을 처음 만난 폴에게 들키게 되는데, 폴의 눈썰미가 좋은건지 저항군의 행동이 미숙한건지 모르겠다. (폴과 애나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난 둘이 원래 알고있던 사이인줄 착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그렇게 버젓이 하진 못할테니 말이다.)
일본에게 점령당한 상하이의 풍경은 화려하면서도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이었다. 각 나라의 외국인 거주지가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중국의 건물과는 다른 느낌의 서양건물과 화려한 네온사인은 전쟁상황이 아닌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착각에 빠져드는 순간 저항군과 그들을 쫒는 일본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지고 총이 난사되며 이곳이 전쟁중임을 상기시킨다. 사람들은 익숙한듯 총소리에 몸을 낮추고, 총격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각자의 길을 간다. 처음 상하이에 도착한 폴은 이 광경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래야 친구 코너가 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는지 밝힐수 있으니 말이다. 기자 신분으로 신분을 감춘 폴은 겉으론 전쟁을 지지하는 척 하며 독일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상류층의 초대를 받으며 필요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애나를 만나게 되는데 처음의 강렬한 느낌만큼 더 그녀를 알고싶어하고 지켜주고 싶어한다.
코너가 살해당한게 일본 여자를 지켜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폴 또한 애나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게 된다. 그녀를 지켜주는 한편으론 코너의 사건을 추적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처음엔 그가 발견한게 뭔지 몰랐다. 그러다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될 엄청난 것임을 알게되지만 안나를 보호하고 다치면서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되버린다. 그가 알아봤자 할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을테고, 결국 그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개인일 뿐이었다. 단 미국인 이기에 상하이를 벗어나는 특권은 누릴순 있었다. 이 전쟁에서 폴은 철저한 이방인 이었고, 약간의 위험은 생길수 있지만 중국인들과 같은 입장에 설순 없었다. 그에겐 전쟁이 나는 외국의 나라 였지만, 애나에겐 자신의 조국이었고 비록 죽더라도 다시 와서 지켜야 할 나라였다. 이젠 폴도 전쟁을 겪는 나라의 국민이 될 테지만 말이다.